여성 장애인 활동가 “비장애인 활동가가 성폭력” 폭로

입력
2018.04.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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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지목 남성은 2003년 단체에서 제명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회원들이 장애여성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여성 성차별 지원 대책 등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제공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회원들이 장애여성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여성 성차별 지원 대책 등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제공

지난 20여 년간 장애인 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한 여성 장애인활동가가 16년 전 함께 일하던 비장애인 활동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로 활동 중인 박지주(47·지체장애 1급)씨는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2002년 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총장이었던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A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박씨는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03년 초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성폭력 피해를 제보하면서 공론화했고, A씨는 장애인단체들로부터 제명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장애인단체 중 하나로 꼽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만든 홍보·교육용 영상에 A씨가 등장하자, 박씨는 전장연에 “성폭력 가해자의 모습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박씨 측은 삭제 요청을 받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공식적으로 요청해달라’고 절차를 안내하고는 별다른 조처가 없자, 이날 16년 전 사건을 다시 공론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날 “전장연은 영상에서 성폭력 가해자가 나오는 부분을 삭제해 성폭력 생존자를 보호하고 지지해야 한다”면서 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홈페이지를 통해 “박씨 요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리며, 조직적으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박씨와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회원들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하고, 장애여성 성차별 지원 대책과 장애여성 양육권리 지원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면서 삭발식을 가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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