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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반쪽 보상안… 연기금ㆍ’손절매’ 안 한 주주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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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일 6일 주식 판 투자자에
장중 최고가 3만980원 기준
매도 가격 차액만큼 보상
타사 시스템 이용자는 보상 한계
손실 신고 투자자 107명에 불과
기관 투자자 보상안은 빠져
금감원 특별감사 착수
신뢰 회복까진 시간 걸릴 듯
삼성증권이 지난 6일 배당 착오 사고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상에 착수했다. 또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상 대상이 사고 당일 주식을 손절매(하락장에 손해를 감수한 주식 매도)한 개인에 한정돼 있어 연기금ㆍ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에 돈을 맡긴 국민이나 주식을 팔지 않은 주주들은 제대로 된 변상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삼성증권이 발표한 피해 보상안에 따르면 보상 대상은 ▦이른바 ‘유령주식’ 매도가 시작된 6일 오전 9시35분 이전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했고 ▦그날 장 마감 전까지 삼성증권 주식을 팔았던 모든 개인투자자다. 보상 기준 가격은 당일 최고가인 3만9,800원으로 정해졌다. 또 주식 매매에 따른 수수료와 세금 등 모든 거래비용도 보상한다.
피해자들은 보상 기준가에서 자신이 주식을 팔았던 가격의 차액에 매도주식 수를 곱한 만큼 보상을 받게 된다. 가령 당일 최저가인 3만5,150원에 1,000주를 손절매한 투자자라면 1주당 4,650원(3만9,800원-3만5,150원)씩 모두 465만원(4,650원×1,000주)만큼 보상을 받는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당일 개인투자자의 삼성증권 주식 평균 매도단가는 보상 기준보다 2,318원 낮은 3만7,482원이다. 삼성증권 주식을 팔았다가 당일 다시 사들인 경우라면 재매입가에서 매도가를 차감한 금액에 매입주식 수를 곱한 만큼 보상을 받게 된다.
삼성증권은 이날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보상 기준을 확정한 뒤 회사 홈페이지나 콜센터, 지점을 통해 피해 사실을 접수한 이들을 대상으로 보상 절차에 착수했다. 구성훈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에 피해 투자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사후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보상이 완료될 때까지 임원들과 함께 피해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번 보상안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를 보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투자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이 아닌 증권사의 주식거래 시스템을 이용한 경우엔 삼성증권이 거래 내역을 알 수 없는 탓에 당사자가 거래 내역 등 증빙 자료를 갖춰 직접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매매 손실을 신고한 투자자는 107명에 불과하다.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ㆍ공제회 역시 이번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기관투자자에 대한 보상안은 명시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들 기관 중 이날까지 삼성증권에 보상 요구를 한 곳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투자자이자 (투자업무를 맡기는)고객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특수관계를 감안해 기관투자자는 개별 협의를 통해 손실을 줄여주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피해 보상과 업무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지만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시작된 금감원의 특별검사에 따라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연기금ㆍ공제회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일제히 중단해 당분간 수익성이 하락할 공산이 크다. 이날 삼성증권 주식 종가는 3만5,450원으로, 사고 발생 전날인 5일 종가(3만9,8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당일 주식을 판 사람도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이 여파로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주주들도 피해 보상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소송 움직임도 감지된다. 법무법인 한별은 지난 8일 네이버에 ‘삼성증권 배당사고 주식 피해자 모임’ 카페를 만들고 집단소송 준비에 나섰다. 한별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소송에 나서거나 법률 상담을 원할 수 있어 미리 카페를 만들었고 일부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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