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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한반도… 사과, 2030년엔 강원 특산물 될 듯

입력
2018.04.10 16: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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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평균 기온 상승

국민 과일 복숭아ㆍ감귤 등

주산지 줄줄이 북상 중

1970~2015년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 분석 결과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의 주산지가 기온 상승으로 인해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제공
1970~2015년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 분석 결과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의 주산지가 기온 상승으로 인해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제공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서 감자, 고랭지 배추 등을 키우던 곽문규(64)씨는 4년 전부터 사과로 작목을 바꿨다. 기온 상승으로 이젠 강원 산간 지역에서도 사과가 잘 자라는데다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커 당도도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곽씨는 10일 “평창, 영월, 횡성 등 인근 지역에 사과 농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특히 해안 분지가 있는 양구가 사과로 유명해지면서 경북 사람들도 이사를 가 농사를 지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곽씨는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앞으로 사과 주산지로 남을 곳은 강원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2030년이면 곽씨 예견대로 사과가 충북이나 경북이 아닌 강원 지역의 특산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60년에는 동해안에서 감귤 재배도 가능해진다.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한반도의 농작물 주산지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평균 기온은 13.1도로, 1973년(12.4도)보다 0.7도나 상승했다. 권역별로는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을 받은 제주권 연평균 기온이 1.1도 올라 전국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수도권(0.9도)과 강원권(0.9도)도 44년 동안 1도 가까이 상승했다.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 같은 기온 상승은 21세기 후반까지 지속된다. 2071~2100년 평균 기온은 16.7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강원 산간 지역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셈이다. 이는 경제 발전에 따라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확대되고 저감 정책이 효과가 발휘하지 못할 경우를 상정해 도출된 시나리오다.

이러한 기온 변화에 따라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도 남부 지방에서 충북, 강원 지역 등으로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는 1980년대 전국에 걸쳐 자랐지만 최근에는 경북, 충북, 충남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고 일부 강원 산간 지역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강원 정선군의 사과 재배 면적은 1970년 3.7헥타르(ha)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41.8ha까지 넓어졌다. 2090년대로 접어들면 사과 재배가 가능한 곳이 급감해,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보인다.

복숭아는 1990년대부터 경기, 충남 재배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는 대신 충북, 강원 재배 면적은 늘었다. 복숭아가 유명한 경북 청도도 이제는 충북 충주ㆍ음성보다 재배지가 쪼그라들었다. 복숭아도 2090년대에는 사과처럼 강원 영동이나 전북 일부 산간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전망이다. 포도는 경기 가평ㆍ화성ㆍ포천, 강원 영월ㆍ양구 등 생육기 동안 기온이 서늘한 곳을 중심으로 재배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감귤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산지가 늘고 있는 품종이다. 1970년까지는 재배 면적이 제주도에 국한됐지만 2000년부터는 경기 이천, 충남 천안에서도 감귤이 재배되고 있다. 2060년대부터는 재배 한계선이 더 상승해 강원 해안 지역에서도 감귤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국민 대표 과일인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의 재배 면적은 감소하겠지만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감귤, 단감은 재배 면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상청, 농촌진흥청,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이번 전망 결과를 토대로 농업 분야 피해 예방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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