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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게임생태계, 20년만에 게임 관련 학과들 뭉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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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관련 학과들이 모여 협의회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게임학과가 생긴 지 20년 만의 일이다. 한국의 첫 게임학과는 1998년 한국IT직업전문학교에 개설됐다.
지난 5일 전국 40개 대학 게임 관련 학과 대표들이 참가한 ‘전국 게임관련학과 협의회’ 발족식이 서울 강남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삼분원에서 열렸다. 게임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국회의원 2명도 응원을 위해 참석했다. 협의회는 발족식 직후 한국게임학회와 공동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질병코드 등재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 게임관련학과 협의회 초대 회장에는 한동숭 전주대 교수가 추대됐다. 한동숭 회장은 “40개 학과가 참여하게 돼 제 어깨가 무겁다.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노력해서 게임학과 숫자와 학생을 늘리는 것은 물론, 여기서 배출한 인재들이 게임산업을 짊어지고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게임 교육 커리큘럼 혁신안 개발 ▦산학협력을 통한 프로젝트형 실전교육 사업 추진 ▦인디게임 개발을 위한 인재 양성 기반 조성 ▦정부 및 산업계의 협력을 통한 게임산업 고용 현황 분석 및 대안 제시 ▦게임산업계와 인턴십 확대 및 취업ㆍ창업을 위한 사업 추진 ▦공동 전시회 및 해커톤 등을 추진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제시했다.
한동숭 회장은 이 가운데 게임 관련 학과 교류를 통한 커리큘럼 개발과 공동 전시회 개최를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았다.
“현재 게임 관련 학과 사이에 커리큘럼 교류는 거의 없다. 6월 춘계 학술대회를 계획 중이다. 게임 학과의 우수한 교육사례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한 학교당 예산이 1,000만원 이상 드는 지스타 전시회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과 간 협의를 강화할 것이다.”
게임 관련 학과들이 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갈수록 깊어지는 두 가지 격차를 반영한다.
그 중 하나는 게임업계의 양극화다. 한 회장은 “게임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인턴을 받아줄 곳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의 허리가 무너지면서 게임 학과 출신들을 받아줄 곳도 줄어들었다. 정부의 창업지원 자금 덕분에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가 1~2년 후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상황에서 취업을 더욱 어렵게 하는 학교와 업계 사이의 기술 격차다. 특히 현업 개발자와 협업하지 않는 학교의 경우 급변하는 게임 생태계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협의회 사업 중 커리큘럼 혁신과 산학협력 강화 등은 현재 상당수 게임 관련 학과의 애로사항을 반영한다.
협의회 출범식에는 게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두 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해 축사를 했다.
게임업계 출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계가 게임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업계 초창기를 언급하며 감개무량함을 표현했다. 문화예술진흥법의 예술의 범주에 게임을 추가하려고 노력중인 김 의원은 “게임 딱 두 글자를 법안에 추가하는 게 아주 어렵다”며 “게임 관련 교육기관의 활동이 여전히 게임을 문화예술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 인식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대한민국게임포럼을 출범시킨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하반기 게임산업진흥법을 전면 개정하는 수준의 개정안을 제출할 생각”이라며 “질병코드 문제로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40개 학과들이 뭉쳐서 대응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만들고, 우수한 인재도 만들어 주면 게임산업의 중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범한 전국 게임관련학과 협의회의 첫 공식 활동은 성명서 발표였다. 협의회는 한국게임학회(회장 위정현)와 ‘WHO의 ICD-11 GAMING DISORDER 등재에 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 및 참여한 학과는 아래와 같다.
1. 학회ㆍ협의회는 세계보건기구의 제 11차 개정 국제질병분류(ICD-11)의 게임질병코드 등재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또한 건전한 게임 활동에 부정적 인식을 주는 용어인 ‘위험한(Hazardous)’, ‘중독(addictive behaviours)’, ‘장애(disorder)’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
2. 게임 과몰입에 대한 정의, 원인, 증상에 대해서는 사회적, 의학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기에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 조차 게임 과몰입을 “근거가 필요한 항목”으로 등재하고 있다.
3. 이번 질병코드 논란이 과거의 셧다운처럼 전국의 게임관련학과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것을 우려한다. 셧다운 논란은 게임 교육에 종사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주었으며, 이는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학과에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제 다시 게임을 질병으로 인식시키려는 행위는 셧다운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게임학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한국 게임산업과 같은 창의적 산업의 인재 유입을 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4. 또한 이번 질병코드 등재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게임에 몰입하지 말라는 것은 게임이라는 창작물에서 몰입적 요소를 제거하라는 말과 같다. 영화나 소설에서 관객을 몰입시키는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 감독이나 소설가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처럼 게임에서 몰입을 배제하라는 것은 아무런 작품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범작을 생산하라는 것과 같다. 우리는 게임이라는 작품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5. 질병코드 등재에 한국의 일부 특정 의사 집단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들은 과거 4대중독법에서 게임중독 지정을 ‘숙원사업’으로 표현한 바 있다. 우리는 ‘신성한 인술’의 주체인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게임을 악용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6. 우리 교육자들은 게임을 둘러싼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의 게임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게임 과몰입 같은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게임사들의 각성과 반성을 촉구한다. 정부 역시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사회, 인문, 예술, 교육, 의료 등 다방면에 걸쳐 게임의 본질과 사회적 파급력에 대한 연구와 학부모 등의 부정적 인식 개선과 공감 획득을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
7. 우리는 국민에 호소한다. 게임은 대한민국이 자랑할 수 있는 세계적인 혁신산업이자 젊은이들의 문화이다. 게임은 우리 역사에서 금속활자, 거북선에 비견할 수 있는 한국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이런 긍지 가득한 문화이자 창의적인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의 젊은 개발자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기를 호소한다.
2018년 4월 5일
한국게임학회ㆍ전국 게임관련학과 협의회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 건국대학교 휴면ICT연계전공, 경민대학교 융합소프트웨어학과, 경희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계원예술대학교 게임미디어과, 공주대학교 게임디자인학과, 광운대학교 정보콘텐츠학과, 김포대학교 게임콘텐츠과, 동명대학교 게임공학과, 동부산대학교 게임컨설팅과, 동서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부, 동서울대학교 게임컨텐츠학과,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동의대학교 디지털콘텐츠게임애니메이션공학부, 배재대학교 게임공학과, 상명대학교 게임학과,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 MTEC, 성공회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세종사이버대학교 게임엔터테인먼트학과,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디어학부,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부, 예원예술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오산대학교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 와이즈유(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게임콘텐츠 전공, 용인송담대학교 컴퓨터게임과, 우송대학교 게임멀티미디어전공, 전남과학대 게임제작과,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전주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기술학과, 중부대학교 소프트웨어공학부, 중앙대학교 게임&인터랙티브 융합전공,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콘텐츠스쿨, 한국IT전문대학교 게임스쿨,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게임공학부, 한국영상대학교 게임애니메이션과, 호서대학교 게임공학과, 호원대학교 컴퓨터게임학과, 홍익대학교 게임학부 (가나다순)
디스이즈게임 제공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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