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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찬란한 산골의 봄…금산 보곡산꽃마을

입력
2018.04.06 05:00
산자락마다 봄 꽃이 사태를 이룬 금산 보곡마을
산자락마다 봄 꽃이 사태를 이룬 금산 보곡마을

벚꽃 하면 으레 창원 진해, 서울 여의도 윤중로, 진안 마이산, 강릉 경포대, 경주 시내 등을 떠올렸다. 그 다음엔 자연스럽게 수많은 인파가 연상된다. 2007년 봄 ‘산벚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왕벚꽃처럼 꽃송이가 풍성하지는 않지만 분홍과 흰빛이 봄 햇살에 반짝이면 더할 나위 없이 화사하다. 난생 처음 듣기는 보곡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듣고 찾아간 보곡마을은 산벚꽃이 너무나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었다.

보곡마을은 충남의 최고봉 서대산(904m)과 천태산(715m) 사이에 들어 앉은 산마을이다. 금산 군북면 보광리ㆍ산안리ㆍ상곡리와 남측 제원면 신안리까지 아우르는 산자락은 봄이면 산벚꽃을 비롯해 생강나무 진달래 조팝나무 등이 다투어 피면서 꽃 사태를 맞는다. 금산군은 이 일대를 ‘보곡산꽃단지’로 이름 붙였다. 산벚꽃길은 군북면 산안리 산꽃단지 들머리에서 비포장 임도로 연결된다. 거리는 약 10km로 3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전체 구간이 임도여서 그리 힘들지 않고, 벚꽃과 더불어 피어 오르는 봄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어서 대체로 수월하다.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어서 대체로 수월하다.
찬란한 봄빛에 눈길 닿는 곳마다 눈부시다.
찬란한 봄빛에 눈길 닿는 곳마다 눈부시다.
연초록과 조화를 이루며 피어난 산벚꽃
연초록과 조화를 이루며 피어난 산벚꽃

막 새순이 돋아나는 산자락에 하루가 다르게 초록이 번지면 산벚꽃은 연두색 치마를 두른 미인처럼 곱다. 임도 중간에 세운 정자에 오르면 옛 모습을 간직한 마을과 벚꽃이 조화를 이룬다. 고향마을에 온 듯 절로 편안해진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봄 햇살 아래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꽃 가지가 흔들리면 멀미가 날 지경이다. 볕이 좋은 남쪽 비탈에서 조금 일찍 핀 벚나무에서는 봄비처럼 꽃잎이 날린다. 손톱만한 하얀 꽃잎들이 햇살을 붙들고 있다가 건듯 부는 산바람에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응달에서 막 피어난 벚꽃은 해사하다. 눈송이처럼 하얀 꽃도 보이고 연분홍도 남아 있다. 잎과 꽃이 함께 핀 나무도 있고 꽃송이만 열린 것도 있다.

이곳 산벚은 군락을 이루는 대신 다른 나무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다. 진달래 틈새에서 자란 벚나무는 분홍과 대비를 이루고, 갈색 느티나무와 함께 있으면 흰빛이 돋보인다. 우유 빛 자작나무와 함께 자란 벚꽃은 유난히 화사하다. 산골의 봄은 아무래도 더디다. 늦게 피었다가 빨리 진다. 이곳 산벚꽃은 1주일이면 피었다 진다. 하지만 고도와 햇볕에 따라 개화 날짜는 제각각이다. 한꺼번에 피지 않고 여기저기서 터지기 때문에 매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피고 지는 산골의 봄이 날마다 찬란하다. 보곡산골마을회에서 주관하는 올해 ‘비단고을 산꽃축제’는 22~23일 열린다.

제원면 신안리 국사봉 아래에는 신안사라는 아담한 사찰이 있다. 신라 진덕여왕 때인 651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한때 3,000여명의 승려가 수행하던 큰 절이었지만 한국전쟁 때 대부분 파괴됐다. 신안사에선 법당보다 극락전 앞 벚나무가 유독 눈길을 끈다. 전각과 어울려 기품이 있다. 스님들은 절에 피는 벚꽃을 극락을 상징한다는 뜻에서 ‘피안앵(彼岸櫻)’이라 했다. 이곳에 가만히 앉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 속의 편안한 쉼터 산안(山安)리, 몸이 편안한 신안(身安)리, 이름부터 두루두루 편안한 곳이다.

이원근 여행박사 국내여행팀장 keuni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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