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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병원 간호사가 환자용 속여 마약 투약

입력
2018.04.06 04:40
13면

말기 암환자용 진통제 몰래 받아

스트레스 해소 위해 상습 투여

서울대 의대 교수 12명

진통제 과다 처방 교수 조사 요구

마약류 관리 문제 연이어 터져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대병원의 마약류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지난 2월 서울대 의대 교수 12명이 한 동료 교수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과도하게 처방하고 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소속 간호사가 역시 펜타닐을 환자들 명의로 처방 받아 상습 투여해온 사실이 적발돼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간호사 A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수개월 전부터 마약류에 속하는 진통제 펜타닐을 환자 이름으로 몰래 대리처방 받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따로 몸이 아파서 그런 건 아니고 스트레스 해소 등 본인 만족을 위해 투약을 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투약을 시작했으며 얼마나 투약을 했는지는 확인돼지 않았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70~100배 정도 효과가 강해, 말기 암환자 등 통증이 매우 심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만성통증에 써서는 안 되는 약물이다. 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펜타닐은 적은 양으로도 워낙 강력한 효과가 나기 때문에 중독되기 쉬운 약물”이라며 “과도하게 복용하면 숨을 쉴 수 없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연간 1만명 이상 펜타닐 과용에 의한 사망사건이 발생한다.

A씨는 환각용으로 투약하기 위해 대리 처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펜타닐을 투약하면 기분이 몽롱해지고 몸이 뜨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선 지난 2월 초에는 서울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소속 교수 12명이 교수 B씨가 펜타닐을 만성통증 환자에게 과도하게 처방하고 있다며 병원 측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 교수들은 병원에 전달한 내부보고서에서 “B교수가 다른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돌발성 암성통증에 보조약제로만 사용하도록 돼 있는 펜타닐 제제를 다수의 비(非)암성 만성통증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작성에 동참한 C교수는 “병원 주사실에 따르면 B교수 입원환자 중 마약진통제를 처방 받고 아껴뒀다가 주사를 놔달라고 요청하는 이들도 있다”며 “지난해 11월 병원 의사직업윤리위원회에 의사직업윤리 위반행위로 신고했지만 아직 병원 측에서 적극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마약과 관련된 문제가 연달아 터져 나와 당혹스럽다”며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병원측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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