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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희정 압수수색 직전 증거 인멸 정황 확보

입력
2018.04.0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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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뒤 업무폰 기록 삭제

4일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

비서 등을 성폭행 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9일 오전 영장이 기각된 직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서 등을 성폭행 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9일 오전 영장이 기각된 직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부하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측이 피해직원 휴대폰 안에 저장된 기록을 인위적으로 삭제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 삭제 시점은 검찰이 충남도청을 압수수색하기 직전으로, 검찰은 안 전 지사 측이 수사에 대비해 증거 인멸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안 전 지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정희)는 최근 고소인 김지은 전 정무비서가 사용했던 업무용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ㆍ전자기기 정보 복구 및 분석) 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9월 이전의 통화목록과 문자메시지, 사진 등이 모두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시점은 김씨가 안 전 지사와 스위스 출장을 다녀온 뒤 수행비서(7급)에서 정무비서(6급)로 승진한 때로, 김씨는 자리를 옮기면서 휴대폰 역시 후임에게 그대로 인계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부터 실시한 충남도청 압수수색을 통해 이 휴대폰 등을 확보했다. 김씨가 스위스 출장 당시는 물론 수행비서 시절 안 전 지사에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휴대폰이 안 전 지사의 혐의를 입증할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검찰은 특히 기록 삭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6일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한 후 검찰이 충남도청 압수수색에 나서기 전까지 일주일간 삭제 작업이 이뤄진 건데, 이는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 인멸 행위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씨 역시 검찰 조사에서 “후임에게 휴대폰을 넘겨주면서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기록은 전혀 지우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 측은 증거 인멸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업무용 휴대폰 내용은 전임 수행비서가 후임자에게 넘길 때 모두 지우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 즉, 김씨가 스스로 기록을 지웠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후임 수행비서 역시 “도청에 반납하기 위해 업무용 휴대폰 기록을 지운 건 사실이지만 내 업무와 관련된 내용일 뿐, 김씨와 관련된 내용은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휴대폰 삭제 정황을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구속 수사가 필요한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달 28일 청구한 영장이 법원으로부터 “증거 인멸 우려나 도망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 됐던 만큼, 검찰이 제출한 재청구서에는 그간 조사로 확보한 증거 인멸 정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4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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