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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노래 '라구요' 강산에도, 관객도 함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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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봄이 왔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은 봄의 무대였다. 한반도의 냉기를 아주 조금씩 녹이는 봄, 언젠가는 겨울을 완전히 몰아내고 말 봄.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의 2차 공연일인 이날 남북 예술단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남북 연주자와 1만 2,000여석을 가득 채운 북한 관객들은 무대에 조명이 켜져 있는 동안은 ‘하나’였다.
공연은 오후 3시 30분(평양 시간 오후 3시) 시작해 2시간 30분간 이어졌다. 소녀시대 서현과 최효성 조선중앙TV 방송원(아나운서)이 함께 사회를 봤다. 알리, 정인과 북한의 김옥주, 송영이 윤연선의 ‘얼굴’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합동 무대의 막이 올랐다. 레드벨벳이 ‘빨간맛’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가사도, 리듬도 생소해서인지 관객들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강산에가 실향민 부모님의 사연을 담은 ‘라구요’를 부르고서야 분위기가 바뀌었다. 관객도 강산에도 울었다. 최진희, 백지영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관객들은 최진희를 더 가까이 보려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백지영이 북한 인기곡인 ‘총맞은 것처럼’의 첫 소절을 떼자 마자 박수가 나왔다.
이선희와 김옥주는 ‘J에게’를 함께 불렀다. 김옥주가 2월 북한 예술단의 강릉 공연에서 혼자 부른 노래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영상이 무대 뒤에 깔렸다. “제 마음이 전달됐습니까?” 이선희가 외치자 박수가 쏟아졌다. YB밴드는 록 스타일로 편곡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로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조용필이 ‘친구여’ ‘모나리자’를 부를 땐 6ㆍ15 공동선언의 첫 장이 영상으로 나타났다. 남북 여성 가수들이 북한 노래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함께 부르자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최효성 방송원은 “우리는 가를래야 가를 수 없는 하나의 조국입니다”고 외쳤다.
마지막 곡은 남북 가수들이 합창한 ‘우리의 소원’과 북한 노래인 ‘다시 만납시다’.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북한 특유의 웅장한 스타일로 편곡했다. 공연이 끝난 뒤 10분간 박수와 함성이 그치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아무 것도 없어요. 우린 통역이 필요 없잖아요. 그런데 만나는 데 너무 오래 걸렸어요.” 인터뷰에 응한 북한 관객의 말이다. 현 단장은 공연 직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나도 긴장했다”며 “훈련이 많지 않고 거의 반나절 밖에 못했는데도 남북 가수들이 너무 잘했다”고 말했다. 남북 합동 예술공연은 2002년 9월 평양 공연 이후 16년 만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평양공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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