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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한국당의 ‘염치’

입력
2018.03.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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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사건 및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 1차 전원위원회 후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황전원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퇴장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사건 및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 1차 전원위원회 후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황전원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퇴장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검찰 수사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밝혀졌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무수한 의혹이 제기됐던 지점이다. 각종 의혹이 불거진 발단은 결국 당시 박 전 대통령 주변을 감싸고 있던 청와대 관계자들의 거짓 증언 때문이었다. 실체를 아는 단 한 명의 관계자라도 진실을 밝혔다면 그 많은 의혹들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국정농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의혹 발생의 원인을 외면하고 드러난 현상들만 끄집어 내 당시를 ‘광란의 시간’으로 규정했다. 결국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논평을 냈다가 취소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튿날인 29일 “대통령이 불행한 사고가 난 시간에 집무실에 있지 않고 침실에 있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결코 납득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잘못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사과는 하루를 못 갔다.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유섭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이 전원 구조를 지시했다고 1명이라도 더 구조했겠느냐”고 말하면서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다시 뒤집은 것이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시나 대응에 따라 구조될 사람이 구조되고 구조 안 될 사람이 구조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확히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라”고 훈계까지 했다. 당황한 김 원내대표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시키고 또 다시 진화에 나섰다.

평소 당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 정 의원은 세월호 문제만 나오면 유독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2016년 12월 국회 최순실게이트 국정조사특위 때도 “현장 책임자만 잘 임명했으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 놀아도 된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11월에는 2기 세월호특조위 출범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참사특별법’ 국회 본회의 표결 때 반대 토론자로 나서 “정말 여러분들이 세월호 사고 이유를 모르는 것이냐. 세월호 조사를 2년 더하는 것이 합당하냐”며 “이 법안의 통과는 국회의 수치”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발언에 비춰보면, 굳이 이번 논란이 아니더라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한국당 일부에서 “굳이 수습이 끝난 세월호 참사 문제를 또 다시 들춰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 야당이 됐고, 적폐세력으로 몰릴까 큰소리를 내지 못할 뿐.

그렇다면 정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일부의 생각을 일반 국민들은 수긍 할 수 있을까. 김성태 원내대표가 머리를 숙인 29일 검찰은 1기 세월호 특조위 구성을 방해한 혐의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추가로 기소했다.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고문이었던 이 전 실장을 비롯해 18대, 19대 국회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명찰을 달고 국회의원을 지낸 조 전 수석과 안 전 수석까지 이들은 모두 한국당 출신들이다. 7시간 의혹을 키우고, 1기 세월호특조위 활동을 방해 해, 정 의원이 앞장 서 반대한 2기 세월호특조위를 출범시킨 장본인들이다. 단순히 정 의원은 한국당이 친박 의원 몇 명 쳐내는 것으로 적폐세력과 단절했다고 판단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검찰이 이 전 실장 등을 기소하는 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또 다시 노란 옷을 입고 싸워야 했다. 한국당에서 2기 특조위원 추천 몫으로 황전원 상임위원을 추천해 활동에 들어가자, 이를 막기 위해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다시 옮긴 것이다. 황 위원은 1기 세월호특조위 활동 때 이번 검찰 조사로 진실이 드러난 박 전 대통령 행적 조사 방침에 반발해 당시 다른 새누리당(현 한국당) 추천 위원들과 집단 사퇴한 인사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다가 중도하차 한 전력도 있다.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황 위원 재추천 사실이 알려졌을 때 득달같이 반대했지만 한국당은 무심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2기 세월호특조위 출범은 단장(斷腸)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내야 하는 고통이다. 정 의원을 비롯한 일부 한국당 관계자들은 법안이 통과되는 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염치(廉恥)를 아는 김성태 원내대표라면 대변인 논평에 머리를 숙일 게 아니라, 황 위원 추천 이유를 유가족들에게 먼저 설명하는 게 최순실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으로서의 순리(順理) 아닐까.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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