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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이해 안 가” 靑 수사권 조정안에 작심 발언

입력
2018.03.30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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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장에 수사권 의견 묻지 않고

자료 요청 문의해도 답도 안 줘”

박상기 법무ㆍ조국 민정수석 겨냥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 드러내

상급기관 대한 공개적 비판 불구

의견 미반영땐 ‘중대 결심’ 관측도

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정부 주도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과 윤곽이 잡힌 조정안을 두고 수위 높은 ‘작심 발언’을 쏟아내 검찰과 청와대 갈등이 폭발할 조짐이다.

문 총장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게 된 발단은 속칭 ‘검찰 패싱’이다. 정부가 수사권 조정 밑그림을 그린 단계까지 검찰 수장에게 논의 일정과 협의 내용 등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 총장은 “관련 기관과 협의도 안 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논의 테이블을 세팅한 청와대나 검찰의 상급기관장인 박상기 법무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가닥이 잡힌 수사권 조정안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한인섭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경찰 쪽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재승 경찰개혁위원장 등 ‘5인 그룹’이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보고 초안을 접하고 기자들 사이 도는 정보로 논의 국면을 짐작하면 검찰의 면이 서겠느냐”며 “검찰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만 배제된 논의 과정이 편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논의로 박 장관을 만나서 행안부 장관과 논의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고, 검찰을 뺀 데 문제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 내 의견 수렴을 위해 자료제공을 문의해도 답이 없었다고 했다.

문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80여분간 수 차례 강공 발언을 토해냈다. 경찰 수사종결권 허용 논의에는 “일종의 사법 판단 기능까지 논의했을지 미심쩍다”고 했다. 경찰이 검찰로 전건(全件) 송치하지 않는 대목에는 “’불기소 의견’ 사건을 검찰로 안 보낸다는 것 아니냐”며 “상상하기 어렵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심지어 조국 수석을 겨냥한 듯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까지 꺼냈다.

청와대는 반기를 든 검찰에 정면 대응하는 모양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총장이 말하는 자치경찰은 자치분권위가 다룰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다”며 “자치경찰제를 순차적으로 확대하면서 수사권 조정도 병행해 함께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돼야 경찰수사 통제(지휘) 최소화를 추진하겠다는 문 총장 뜻과는 결이 사뭇 다른 것이다. 청와대는 문 총장의 거센 발언엔 언급 자체를 피했지만 권력기관 개혁과제로 경찰 힘을 분산하는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을 핵심으로 내세워 배수진을 친 검찰에 심히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서 담당 사건이 전체의 98.2%다. 이 부분만 자치경찰로 돌려도 검찰이 경찰 통제를 다 내려놓는 셈인데 왜 자치경찰을 빼고 논의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강조했다.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해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세계 남제현기자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해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세계 남제현기자

물론 개혁대상이면서 반발만 해온 검찰과 협의하느라 개혁 동력이 탄탄한 정권 초기 ‘골든타임’을 허비하기보단 속도전을 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논의는 국민 기본권에 직결되는 사안인데 관계 기관 의견 없이 밀실에서 뭘 결정한다는 거냐”며 “투명 사회로 나아가려는 정부 기조에도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물밑에서 부처 이견을 조정하는 그간의 관행과 맞지 않게 검찰총장이 상급기관에 대해 공개적인 작심 비판을 한 데 대해, 검찰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논의가 흘러 갈등 전선이 확산된다면 문 총장이 끝내 ‘중대 결심’도 내릴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나온다. 역대 검찰 수장들은 대체로 조직 보호에 실패하면 사표를 던져왔다. 대표적으로 김준규 전 총장도 2011년 수사권 조정이 검찰 뜻에 반해 수정된 데 책임을 지고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두고 옷을 벗었다.

[저작권 한국일보]정권과 검찰의 갈등 사례.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정권과 검찰의 갈등 사례. 강준구 기자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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