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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형사소송서 고액 자문료 챙기고 민사소송선 상대방 변론한 로펌

입력
2018.03.29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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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위탁업체 도나도나 자문

유사수신혐의 수사 대응 방어

민사선 “유사수신업체” 주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법무법인(로펌)이 고액을 받은 의뢰인의 반대편을 든다면 배신일까? 자문료 수억원을 지급한 의뢰인이 제기한 소송의 상대방 변론을 맡은 유명 법무법인(로펌)이 구설에 올랐다. 과거 형사사건에서 의뢰인을 변호한 논리와 180도 다른 주장을 법정에서 펼치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돈위탁관리업체 도나도나 대표 최덕수(71)씨 측은 “거액을 받고 유사수신행위 수사 대응 목적으로 관련 자료를 다 받아간 B 로펌이 민사소송에서 상대방 변론을 맡아 반박하는 모양새가 지나치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지난달 서울변호사회에 제출했다.

최씨 측은 불법 투자자금을 끌어 모은 유사수신행위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2013년 5월 B 로펌과 법률자문계약을 맺었다. 세 차례에 걸쳐 1억~1억2,000만원씩 총 3억3,000만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B 로펌 명의 계좌에 입금했다. 이에 B 로펌은 도나도나 수사 당시 최씨 측으로부터 회계자료 등을 넘겨 받아 변호인단이 “도나도나가 유사수신업체가 아니다”는 취지로 방어막을 치는 논리 마련에 힘을 실었다.

최씨 측과 B 로펌의 관계는 최씨가 제기한 다른 민사소송 항소심이 시작된 2016년 12월부터 극심하게 틀어졌다. P 농업회사 법인을 상대로 돼지농장 5곳을 돌려달라는 취지(환매청구)의 소송 2심에서 최씨 측은 돼지농장이 “영업의 중요한 일부”라고 강조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P 법인 변론을 맡은 B 로펌이 “도나도나의 주요 업무는 유사수신행위이지 양돈사업은 곁가지”라고 반박 답변서를 낸 것이다.

최씨 측은 “거액의 자문료를 챙긴 대형 로펌이 형사사건 계약에 명시된 비밀유지의무까지 어기며 우리 측이 과거 준 자료를 활용해 이전에 변호했던 것과 정반대 주장을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B 로펌 측은 “소명을 위해 재판에 낸 증거목록을 변호사단체에 냈으며, ‘유사수신’ 부분은 판례에 따른 주장”이라 해명했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조사위원회를 열어 변호사법 위반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 말했다.

최씨는 2009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어미 돼지 한 마리에 투자해 낳은 새끼돼지 20마리를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라며 1만여명에게 투자금 2,400억원을 받아 챙겨, 올 1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홍만표 전 검사장 등이 맡아 유명해진 사건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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