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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 세월호에 최순실 관여 밝혀질까 두려워했다”

입력
2018.03.28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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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 조사에서 토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국민이 슬픔과 분노에 빠진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한 사람은 국가 재난ㆍ안보를 담당하는 청와대 참모도, 국가 공무원도 아닌 최순실(62)씨였다. 사고 발생 후 7시간 만에 광화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을 방문한 것도 최씨 제안이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2시15분쯤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이 모는 승합차를 타고 청와대 관저에 도착했다. 최씨는 경호관 용어로, 청와대 정문과 관저 출입문을 아무런 검색 없이 통과할 수 있는 ‘A급 보안손님’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경호관이 운전한 업무용 승합차가 남산 1호터널을 오후 2시4분과 오후 5시46분 통과한 내역 및 이 전 경호관이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 등을 단서로 삼아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을 조사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참사 당일 관저에 출입한 외부인은 간호장교와 미용사 뿐”이라고 한 주장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과거 박영수 특별검사 조사에서 이런 사실을 숨겼던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최씨의 세월호 대응 관여를 실토하면서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최씨는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중대본을 방문하시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 말을 들은 박 전 대통령이 오후4시33분쯤 중대본을 방문하기 위해 관저를 나섰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이 중대본을 가는 게 좋겠다는 건 당시 청와대 수석들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이를 정 전 비서관이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들의 의견은 최씨와 문고리 3인방을 거쳐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던 것이다. 중차대한 상황에서도 참모 의견은 비선을 통하지 않으면 닿지 않는 구조였던 셈이다.

최씨가 관저에 머물렀던 시간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최씨 제안을 들은 박 전 대통령이 미용사를 청와대로 급히 부른 시간이 오후2시53분이었던 점에 비춰 30~40분간 관저에 머물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고리3인방, 최씨를 만나기 전까지 관저를 떠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은 오후5시15분이 돼서야 중대본을 방문했다. 사고 7시간 만에 공식 대책 회의 자리에 나선 그가 남긴 말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는 발언이었다. 다시 관저로 박 전 대통령은 그날 단 한번도 관저를 나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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