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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국내 개발 루미놀 시약, 1만배 희석된 핏자국도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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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흔 채취용 시약 루미놀은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때부터 본격 주목 받았다. 그가 입었던 회색 점퍼 소매에 묻은 극소량의 피해자 혈흔이 루미놀을 통해 발견돼, 혐의 입증에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면서다.
루미놀은 아산 윤 할머니 살인 사건처럼 범인이 혈흔을 지우거나, 넓은 사건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 만큼 극소량의 흔적만 남아 있을 때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범인 석모씨는 피해자를 흉기로 4차례 찌른 뒤 물과 세탁용 가루비누 등으로 증거를 없애려 했지만, 루미놀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현장에서는 주로 루미놀 분말을 증류수에 섞어 만든 용액을 과산화수소수에 한 번 더 결합, 혈흔 추정물질에 뿌리게 된다. 용액이 혈흔에 닿으면 화학적으로 강한 빛을 내게 돼 있는데 과학수사요원들은 이때 발견된 혈흔을 채취한 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다. 보통 1만 배 희석된 혈흔도 검출할 수 있어 한 양동이 물에 피 한 방울이 떨어져도 감지해 낼 수가 있다고 한다. 핏자국을 인위적으로 지우려 해 봤자 루미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국내 루미놀 개발 기술은 세계 최정상 수준이다. 이전까지는 프랑스에서 비싼 가격(ℓ당 약 14만원)에 전량 수입해야 했지만, 지난해 말 8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개발을 주도한 임승(44) 광주경찰청 보건사무관은 26일 “해외 제품보다 저렴하면서 (채취하는 과정에서) 혈흔에 남아 있는 DNA를 훼손하지 않도록 개발하는데 주력했다”라면서 “수입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10% 수준(ℓ당 약 1만4,000원)이지만, 혈흔과 용액이 만나 발생하는 화학 효과가 하루면 사라지는 외국 제품과 달리 일주일 이상 지속될 정도로 성능이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개발팀은 시약 기술을 상업화하지 않고, 국가에 귀속했으며 경찰청은 이 기술에 대한 해외특허 출원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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