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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한반도의 봄 시샘하는 ‘미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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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터 한반도 뒤덮은 미세먼지의 고통
트럼프 강성매파 외교안보팀 우려도 커져
‘팀 문’ 치밀하되 자신 있게 스톤 던지길
화제를 모은 JTBC 금토 드라마 ‘미스티’가 지난 토요일 밤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미모의 방송 뉴스앵커 고혜란(김남주 분)이 미국 PGA 신인 스타가 되어 돌아온 옛 연인의 살해범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얘기가 줄거리였다. 출연진의 농익은 연기도 연기였지만 요즘 심심찮게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른 언론과 권력(여기서는 거대 로펌)의 대결, 뉴스룸 풍경, 기자의 집념과 야망이 극 중에 잘 버무려진 것에 끌려 거의 본방을 사수했다. 직업의식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고혜란은 남편이자 변호사인 강태욱(지진희 분)의 활약으로 1심 무죄를 선고받고,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굳어지는가 싶었는데 하나 둘 드러나는 팩트는 진짜 범인의 존재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지막 회 후반부에 기상 캐스터가 “오늘은 안개가 짙게 끼겠다”며 주의 운전을 당부하는 장면이 삽입되고, 인터뷰어로 새 역할을 찾은 아내와의 인터뷰를 위해 차를 운전해 가던 강태욱 변호사는 가속 페달을 밟아 안개 자욱한 터널 속으로 사라진다. 자살 암시, 충격적 새드 엔딩이었다. 주말 드라마 해피 엔딩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무슨 뜻인지 궁금했던 드라마 제목 ‘미스티’의 복선은 분명해졌다. 안개 낀, 흐릿한, 뿌연 등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요즘은 미세먼지가 낀 날씨를 떠올리는 게 더 자연스럽겠다.
드라마 결말 충격의 여운이 머릿속에 맴도는데 날씨까지 을씨년스럽다. 지난주 말부터 미세먼지가 짙게 끼어 지독히 ‘미스티’했다. 때 이르게 한반도 남서쪽에서 고기압이 들어와 서울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밀려온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돼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새롭게 형성된 동북아 봄철 기상패턴 탓이라면 우리 자체적으로 아무리 미세먼지 대책을 잘 세운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급우울해 진다.
우울한 미스티가 또 있다. ‘팀 문’(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외교안보팀)의 멋진 활약으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5월 중 사상 초유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기대 이상의 다득점 성과를 올렸다. 다수 국민이 환호하고 세계 주요 언론도 앞다퉈 한반도의 상황 반전을 전했다. 내친 김에 문 대통령이 희망을 피력한 대로 6월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갔으면 좋겠다. 다음달 1일과 3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의 제목처럼 한반도에 ‘봄이 온다’고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미국 네오콘발 변수가 불길한 징후로 떠올랐다. 편서풍을 거슬러 북미대륙에서 역류하는 미세먼지가 한반도의 봄을 시샘하는 것이다.
미국 조야와 주요 언론들이 트럼프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발탁에 대해 우려를 쏟아 내고 있다. 유력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네오콘 막무가내 강경파인 그의 지명 발표 다음날 동시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 사설은 볼턴 발탁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놀랍고, 걱정되고, 섬뜩하다”는 세 단어로 요약된다고 썼다. 그와 호흡을 맞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도 네오콘류 강성 매파들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이끌어 내야 할 한반도 외교안보 컬링 게임에서 미국 선수단 ‘팀 트럼프’가 모두 대북 강성 인물로 채워졌다는 얘기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변덕스럽고, 이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스킵’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억센 팀원들을 잘 리드하면 오히려 규정과 원칙만 고집하는 선수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 지레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북 강경발언을 일삼은 볼턴도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은 잊으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가 상대팀 구성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제적이고 대담한 발상으로 작전을 짜고, 자신 있게 스톤을 던진 후 열심히 바닥을 쓸어 다득점을 노리는 길밖에 없다. 북한의 ‘팀 김’, 최근 새롭게 근육을 키운 중국의 ‘팀 시’, 러시아의 ‘팀 푸틴’ 그리고 일본의 ‘팀 아베’의 전력과 성향도 잘 분석하면서.
위안이 되는 사족 하나. 미스티는 꼭 부정적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안개꽃과 비슷하면서 함께 꽃다발에 많이 사용되는 미스티 꽃은 수수한 매력이 있다. 짙은 자청색이 도는 미스티 블루가 특히 인기다. 요즘 드라이 플라워보다 생화 색감을 한층 더 살리고 보존 기간을 1년 정도로 늘리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보존화)용으로 각광을 받는다. 꽃말이 ‘청초한 사랑’인 이 꽃의 개화 시기는 5월 전후에서 7월까지다.
논설고문·한반도평화연구소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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