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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 눈물의 애국가… 관중도 함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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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서 첫 골 이어 결승골 넣은
아이스하키 동메달 주역 장동신
하계 패럴림픽선 펜싱 대표팀 꿈
“애국가가 그렇게 슬픈 노래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18일 미국과 캐나다의 평창 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결승이 열리기 직전 강릉 하키센터에서 만난 장동신(42ㆍ강원도청)은 전날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17일 이탈리아와 3ㆍ4위전에서 0-0으로 팽팽하던 종료 3분 전 정승환(32ㆍ강원도청)의 패스를 받아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의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메달이었다. 이번 대회 첫 경기였던 한일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장동신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첫 골과 마지막 골을 모두 책임졌다.
동메달이 확정된 뒤 한국 선수들은 서광석(41) 감독, 스태프들과 뒤엉켜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서 감독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렸는데 이날을 위해 고통스런 과정을 거친 선수들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에게 인사한 선수단은 대형 태극기를 경기장 가운데 펼쳐놓고 애국가 1절을 함께 부르며 또 울었다. 금메달 시상식 때와 같은 반주는 없었지만 어떤 애국가보다 감동적이었다. 관중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고, 애국가를 불렀다.
이날 경기를 직접 관전한 문재인 대통령은 빙판 위로 내려와 썰매, 휠체어에 탄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거의 무릎 꿇다시피 한 자세로 포옹을 했다. 장동신은 한국이 미국(0-8), 캐나다(0-7)에만 두 번 진 걸 상기하며 “대통령님. 한국에 장애인 아이스하키 실업 팀이 몇 개만 더 있어도 미국, 캐나다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강원도청이 유일하다. 정승환은 “장애인 아이스하키 전용 경기장 하나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장동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사람은 아내 배혜심(48) 씨와 딸 가연(11) 양이다. 장동신은 2000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뒤 재활 과정에서 휠체어 펜싱을 배웠고 2002년 부산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브르 은메달, 장애인 전국체전 2003년 6관왕, 2008년 5관왕 등 원래 ‘휠체어 펜서’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아내인 배 씨는 네 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 다리를 잃은 뒤 2004년 펜싱을 시작하며 장동신을 만났고 2007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때는 ‘국가대표 부부 검객’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한국이 체코를 연장 접전 끝에 3-2로 누르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던 11일이 결혼 11주년이었다. 장동신은 “사실 결혼기념일을 깜빡 했는데 대신 승리와 메달을 안겨줘 다행이다”고 활짝 웃었다.
장동신은 두 가지 꿈을 꾼다. 먼저 2022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출전이다. 그는 “평생의 꿈인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니 앞으로 4년을 기분 좋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하계 패럴림픽 참가다. 펜싱과 아이스하키를 겸업하던 그는 ‘타 종목 실업 선수는 휠체어 펜싱 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는 대한장애인펜싱협회의 ‘독소조항’에 발목 잡혀 최근 3년 동안 검을 못 잡았다. 하지만 이 규정은 상급단체인 대한장애인체육회 승인을 받지 않는 등 절차에 어긋난 것이 드러나 얼마 전 폐지됐다. 장동신은 “두 종목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지만 한 번도 못 나간 하계 패럴림픽은 오랜 꿈이다. 상황만 허락하면 꼭 도전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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