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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삶에서 패럴림픽 신화 쓴 신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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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계패럴림픽의 26년 묵은 금맥을 캔 신의현(37)은 충남 공주에서 부모님의 밤 농사를 돕던 건강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을 앞둔 2006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해 벼랑 끝 삶으로 내몰렸다. 사경을 헤매던 그는 의식을 찾고 눈 떠 보니 두 다리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장애인이 된 탓에 식음을 전폐했다. 삶의 의욕을 잃고 거의 3년간 방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자신을 살려낸 부모님에겐 “왜 살려냈느냐”며 울부짖기도 했다.
신의현을 일으켜 세운 건 어머니와 아내였다. 신의현은 재활 차원에서 시작한 휠체어 농구를 통해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 사이클 등 각종 장애인 스포츠를 섭렵했다. 비장애인일 때는 별다른 꿈이 없었던 청년은 두 다리를 잃은 뒤 원대한 꿈을 품었다.
신의현은 2015년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스키 팀에 합류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가 됐다. 농사일을 도우면서 만든 허릿심과 지구력, 끈기를 바탕으로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됐다. 소속팀 창성건설의 든든한 지원 속에 평창 대회를 앞두고 해외 전지훈련과 각종 국제 대회에 나가 자신감을 쌓았다.
신의현은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리비프에서 열린 2017 리비프 파라노르딕스키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5㎞ 남자 좌식 종목과 크로스컨트리 15㎞ 남자 좌식 종목에서 한국 노르딕스키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금메달을 획득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평창 대회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그는 지난 11일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그토록 바랐던 금메달은커녕 추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주목도가 점점 떨어져갈 때 신의현은 17일 마침내 한국 동계패럴림픽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보다 감동적인 반전드라마는 없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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