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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생들이 드라마 '라이브'를 보고 분노하는 이유

입력
2018.03.14 17:08
tvN 드라마 '라이브' 캡처
tvN 드라마 '라이브' 캡처

tvN 드라마 ‘라이브’에 등장한 대학 집회ㆍ시위 장면을 두고 이화여대 학생들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경찰들의 고충과 애환을 그리는 이 드라마는 2016년 이화여대 총장실 점거 시위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넣었는데 당시 상황을 왜곡했다는 이유에서다.

11일 방송된 ‘라이브’ 2회에서는 신입 순경들이 한 대학의 집회ㆍ시위 현장에 투입된 이야기가 그려졌다. 학생들은 비리를 저지른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시위 피켓과 마스크를 쓴 학생들은 그룹 소녀시대 노래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다. 드라마 속 경찰들은 학생들을 보며 “설마 쟤들을 우리 보고 강제로 뭘 하라는 건 아니겠지”, “난 이건 아니라고 본다”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경찰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윗선에서 “해산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왔고, 경찰들은 학생들을 억지로 끌어냈다. 해당 장면에서는 경찰들이 느끼는 고충이 집중적으로 묘사됐다.

tvN 드라마 '라이브' 캡처
tvN 드라마 '라이브' 캡처

이 드라마에서는 시위 현장이 남녀공학 대학 등으로 바뀌었을 뿐 이화여대 시위를 연상하게 하는 요소가 다수 등장한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라이브’가 “당시 상황을 왜곡하고 경찰을 미화했다”며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 시위에 참여했던 이화여대 한 학생은 “시위 진압은 해머 등을 든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이뤄졌고, 경찰들은 학생들이 버티는 것을 비웃기도 하고 모멸감을 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며 “우리가 느끼기에 그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경찰은 없었는데, 드라마에서는 마치 경찰과 학생들이 동등하고 오히려 약자인 것처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라이브’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영상이 올라온 포털 사이트 동영상 페이지에도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이화여대 시위를 왜곡하거나 경찰을 미화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경찰) 미화가 아니라 수뇌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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