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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책 박람회] 6년차 공시생은 어떻게 ‘작두콩 로스팅’을 창업했을까

입력
2018.03.09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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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청년농부미래관 운영

지리산 피아골 처녀 이장 등

청년 창업농 원스톱 컨설팅

8일 경기 일산 킨텍스1전시장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지방정부 일자리 정책박람회 농협 ‘청년농부 미래농업 일자리 특별관’에서 참가자들이 오미자차를 시음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8일 경기 일산 킨텍스1전시장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지방정부 일자리 정책박람회 농협 ‘청년농부 미래농업 일자리 특별관’에서 참가자들이 오미자차를 시음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작두콩을 커피처럼 로스팅한 뒤 갈아 내려 마실 수 있게 한 제품을 개발한 그린로드 김지용(35) 대표는 5년 전만해도 광주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공시생’이었다. 6년간 준비한 공무원시험을 포기하고 택한 꿈이 바로 농부다. 그는 “산 속 고시원에서 살면서 나도 모르게 자연에 매료됐던 것 같다”라며 “새벽에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는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험생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에 들어간 김 대표는 2016년 11월 농협중앙회가 주최한 제1회 농식품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작두콩 로스팅 아이디어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작두콩을 태워 먹으면 비염 등 염증질환에 더 큰 효과가 있다는 청나라 의서 ‘본초비요’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실제로 작두콩을 로스팅하면 항염, 항산화 효과가 4배까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이후 농협중앙회가 청년 농부를 육성하기 위해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 900여명에게서 1,800만 원어치를 선주문 받았다. 첫 성과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1,800만원에 200만원을 보태 어린이재단과 전북대병원에 기부했다. 그 동안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그 도움을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김 대표를 비롯해 청년 농부 다섯 명이 불특정 다수에게서 투자를 받아 자금을 모으는 온라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지난해 3월 창업에 성공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고로쇠 된장과 간장을 개발하고 TV에서 ‘지리산 피아골 처녀 이장’으로 소개됐던 지리산피아골식품의 김미선 대표와 전북 김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고구마를 아버지와 함께 키우는 4년 차 농부 강보람씨 등이 이들 5인 방에 속한다.

농협은 이번 제1회 대한민국 지방정부 일자리 정책 박람회에서 김 대표 등 청년 농부들의 창업 과정과 그들이 만든 제품을 알리는 청년농부미래농업관을 운영한다. 창업농을 계획하거나 농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을 위한 원스톱 종합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전국 5,000여 금융ㆍ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청년 창업농들이 어려워하는 판로 개척과 자금 마련,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많은 청년들이 농업 분야에서 창업하거나 일자리를 얻으면 청년실업이 해소되고 농업과 농촌에 활력이 넘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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