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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다스 수사 불똥

입력
2018.02.1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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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MB에 건넨 뇌물로 보고 수사

삼성-애플 소송 맡은 로펌이 대리

영포빌딩서 관련 증거 확보한 듯

삼성전자ㆍ이학수 집 압수수색

이건희 특별사면 연관성도 따질듯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신상순 선임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신상순 선임기자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 받는 해외 소송에 삼성이 수십억원대 비용을 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이를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직접 건넨 뇌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다스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순실씨 딸 승마지원 사건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은 또 다시 뇌물수사 선상에 오르게 됐다.

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달 다스 서울사무실이 위치한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면서 다스가 BBK대표였던 김경준씨를 상대로 낸 투자금 140억원 반환청구 소송에 삼성이 개입된 증거를 확보했다. 이 자료에는 미국에서 삼성 관련 소송을 주로 맡는 유명 로펌이 다스 140억원 반환소송을 형식적으로는 무료 변론하고, 로펌이 다스로부터 받아야 할 비용을 삼성이 대신 내준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전날 이학수(72)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삼성전자 사옥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 동안 다스를 둘러싸고 MB청와대와 당시 LA총영사가 투자금 회수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있었지만 삼성이 이에 관여했다는 정황은 나온 건 처음이다. 다스는 BBK에게 투자한 190억원 중 돌려받지 못한 140억원을 되찾기 위해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낸다. 이 소송은 지지부진한 과정을 겪었고, 2009년 3월 다스는 미국 대형 로펌 ‘에이킨 검’(Akin Gump)을 새로 선임했다. 다스는 2011년 이 소송과 관계없이 김경준씨의 스위스 비밀계좌가 풀리는 바람에 140억 원을 돌려 받았다. 에이킨 검은 2012년 애플과 특허 소송전을 벌이던 당시에도 삼성 측을 대리한 바 있다.

검찰이 삼성의 다스 소송 비용 대납을 ‘제3자 뇌물’이 아닌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건넨 뇌물로 보고 있다면 현재 해외 체류 중인 이 전 부회장뿐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 다만 검찰은 이날 개막하는 평창올림픽 등 국내외 상황을 감안해 소환 일정을 고민 중이다.

삼성이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해 주는 과정에 ‘고대 인맥’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회장은 고려대 상대를 졸업해 이 전 대통령과 동문이다. 다스가 미국의 대형로펌을 선임하는데 관여한 김백준(7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같은 대학 동문 출신으로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분명한 까닭에 대체로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대차 협력업체인 다스와 삼성이 무관한 회사라는 점 때문에 소송 비용 대납의 대가성을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검찰은 2009년 12월에 있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특별사면과의 연관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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