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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금융거래, 통화 기록... 생존 증명하는 ‘생활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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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주차장 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박씨 혐의를 풀어준 건 바로 ‘생활반응’이었다. 경찰이 박씨 통화내역과 진료기록, 금융거래내역 등을 조회해 그가 실제 살아있으면 당연히 나타났어야 할 흔적들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박씨 사망 가능성을 고려하면서부터다.
이처럼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각종 반응을 생활반응이라 한다. ‘생존반응’이라고도 불리며 실종이나 잠적, 행방이 묘연한 사람을 추적할 때 주요 단서 역할을 한다. 현금입출금기(ATM) 이용기록과 체크카드 또는 신용카드, 통장 거래내역, 현금카드 이용기록, 생명보험 가입 여부, 금융기관 입출금내역 같은 각종 금융거래 내역이 대표적이다. 자본주의사회에 살아 남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 카드를 썼다면 카드 사용기록을 통해 어디에서 무엇을 구입하고 결제했는지를 통해 동선이 파악되고, 현금만 사용한다 할지라도 현금을 빼낸 ATM 이용기록이 남을 수밖에 없다.
가스나 전기, 수도 요금 등 우리가 꼬박꼬박 납부하는 공과금 역시 생활반응이 될 수 있다. 만일 지나치게 오랫동안 공과금을 내지 못했다면 이는 세금을 낼 수 없는 상황, 즉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다. 전기나 가스 사용이 주민등록등본상 등록돼 있는 거주 인원의 평균 사용량보다 확연히 많거나 현저히 적을 경우에도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휴대폰 통화기록도 빼놓을 수 없다. IP주소 등으로 파악한 인터넷 접속기록은 수사에 있어 중요한 생활반응이며, 출입국 기록, 버스카드 이용기록, 각종 병원이나 약국 이용내역 등도 생활반응 단서가 된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골짜기에서, 모든 타인과 연락을 끊은 채로, 음식과 전기를 자급자족하면서 ‘사회적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게 수사기관 설명이다. 무의식 중에 카드를 찍고, 세금을 내고, 병원에 가고, 음식점에 가고, 통화를 주고받는, 이 모든 것이 결국 당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단서가 된다는 얘기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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