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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재개] ‘부산 센텀시티 공사 중 온천수가 콸콸’ 확인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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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목욕재개’는 '목욕을 다시 이야기한다’는 의미로, '초보 목욕커'의 눈으로 바라본 목욕 세계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대중목욕탕, 찜질방, 온천 등을 망라한 한국의 목욕 문화를 탐구하고, 습관적으로 씻는 목욕이 아닌 '더 잘 씻는 법'을 고민합니다.
"땅을 팠는데, 글쎄 정체를 알 수 없는 온천수가 콸콸 터졌대요."
누리꾼이 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찜질방이 생긴 이유'라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내용인즉슨, 2004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개발 사업 당시 신세계가 롯데를 제치고 극적으로 금싸라기 땅을 낙찰받은 것도 모자라, 첫 삽을 팠더니 온천수가 콸콸 쏟아졌다는 것. 흡사 온천계의 '단군신화' 같은 탄생 설화에, 누리꾼은 "백화점에 온천 시설이 들어선 과정이 흥미롭다"며 "부산을 여행할 때 꼭 가보겠다"는 반응이다.
백화점 공사 첫 삽에 온천수가 쏟아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센텀시티 부지 공사 중 온천이 터진 것은 맞지만, 이는 철저히 신세계 측이 계산한 바였다. 누리꾼이 작성한 글처럼 설계도를 바꿔가면서 계획을 수정했다는 극적인 서사는 아닌 셈이다.
신세계는 처음에 낙찰받은 약 7만 5,702제곱미터(2만 2,900평) 부지에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문화 공간을 하나의 건물에 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백화점과 어울리는 '즐길 거리'를 찾다가, 마침 당시 '해운대 일대를 팠다 하면 온천'이라는 소문이 돌아 온천과의 결합을 떠올리게 됐다.
'온천 개발'로 방향을 잡은 신세계는 먼저 위성사진을 동원해 수맥을 찾았다. 해운대에 솟아있는 장산의 산세가 흘러내려 오는 방향에 따라 온천 가능성이 있는 후보지를 낙점하고, 아직 개발하지 않았던 땅 중 두 군데를 굴착하기 시작했다. 굴착 비용만 3억 원. 온천이 나오지 않으면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통상 온천을 개발할 때 운이 좋으면 5~6번 파야 한 번 정도 나오는 것을 고려했을 때 큰 기대를 품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처음 굴착 작업을 시작한 두 곳에서 바로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쏟아졌다. 그것도 '탄산천'과 '식염천'이라는 두 종류의 온천수였다.
2006년, 온천이 발견된 이후 백화점 안 온천 시설 개발은 더욱 분주해졌다. 신세계 측은 온천 트렌드를 조사하기 위해 일본에 실무진을 파견했다. 당시 일본은 일상생활 속에 온천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아 '온천 마니아'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였다. 2009년 3월 3일, 백화점 속 찜질방 '스파랜드'가 문을 열었다.
■ '부산 여행'에서 꼭 가보는 곳이 '찜질방'이라고?
그 후 9년, 백화점과 결합한 온천은 여전히 성황 중일까. 지난 13일 오후,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는 평일에도 불구하고 찜질을 하러, 혹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러 온 이들로 북적였다. 1층과 2층을 통틀어 총 13개의 다양한 찜질방이 있어 '골라 몸을 지지는' 재미가 있다. 1층에는 전통적인 황토방, 불가마, 소금방 등이 자리 잡고 있고, 2층에는 고대 로마와 터키의 욕탕을 재현하거나 과학 원리를 활용한 체험 찜질방이 있다. 찜질복을 입고 처음 이곳을 방문한 찜질객들은 도무지 한 곳에 자리 잡지 못하고 다른 방에 가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였다. 그도 그럴 것이 스파랜드의 기본 이용 시간은 4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 측에 따르면, 스파랜드 이용객 중 부산 외의 지역에서 오는 고객이 45%에 이른다. 그중 외국인은 5%를 차지한다. 중국에 거주 중인 미국인 A씨(23)가 이번 겨울 휴가로 부산행을 택한 건 '목욕 문화' 때문이었다. 지난해 서울로 출장을 갔다가 경험한 한국의 찜질방에 완전히 매료됐기 때문이다. A씨는 "앞으로 남은 휴가 동안 동래온천과 송도의 해수탕을 경험할 예정"이라 말했다. 올해 스무 살을 맞은 정서우씨와 세 명의 친구는 2018년의 첫 여행지를 부산으로 결정했다. 정씨는 "바다에서 회 먹는 것도 좋지만, 요즘 SNS에서 부산 여행지로 이 찜질방이 인기가 많아서 먼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무리 밖에선 젠체하는 사람일지라도, 찜질방에 오면 체면 차리지 않고 드러눕게 만드는 게 바로 '황토색 찜질복'의 마법이다. 찜질객들은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락의자에 누워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다가 잠이 들기도 하고, 침대에 반쯤 기댄 채로 '구운 달걀'과 '식혜'를 먹으며 기분을 낸다. 찜질을 다 마친 후에는 온천이 기다리고 있다. 여탕에는 한국에선 하기 힘든 특별한 '노천온천'이 탄산수소나트륨 성분과 염화나트륨 성분, 두 가지로 준비되어 있다. 백화점 지으려 땅을 팠더니 샘솟았다던 바로 그 온천물 말이다.
부산=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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