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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온 초대장... 열쇠는 북미 대화

입력
2018.02.11 18:08
1면

金 “편한 시간에 방북 요청” 뜻 전달

文대통령 “여건 만들어 성사시키자

북미 조기 대화 반드시 필요” 당부

美 압박 일변도 태도 바꿀지 관건

“4월 한미훈련 전 대화 단초 마련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오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오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어붙었던 한반도를 평창발 훈풍이 빠르게 녹이고 있다. 내친김에 남북은 정상회담까지 달음질칠 기세다. 그러나 자국을 향한 핵ㆍ미사일이 온존하는 ‘불안한 평화’를 미국이 용인할 리 만무하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문이 열리느냐가 해빙 너머 평화 정착의 관건인 이유다. 3월 25일까지 유예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전까지 어떻게든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공식 타진했다. 특사 자격으로 방남 중인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 면담 자리에서 공개한 친서와 구두 메시지를 통해서다. 김 제1부부장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와 함께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의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의 적극 구애 덕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대를 다시 잡게 된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해 핵 개발 때 그랬듯 가속 페달을 밟는 쪽은 북한이다.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은 “북남관계 개선”이라는 올해 신년사 각오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감춰둔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특히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해 미국이 이끄는 국제사회 대북 압박 공조 체제에 균열을 만들려는 의도일 거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만경봉 92호의 묵호항 입항과 유엔 제재 대상 인물인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방남 논란에서 드러났듯 남북 교류가 이뤄지려면 잠정적이나마 제재 이완이 불가피하다.

아직 겉으로 노출된 한미 간 알력은 없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재 유예 요청을 미국은 다 들어줬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도 일치한다. 다만 방법론까지 완전히 포개지는 건 아니다. 미국은 압박 일변도다. 경제ㆍ군사적 힘으로 북한을 끝까지 몰아붙여 백기를 들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때문에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은 북미 대화엔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고비는 한미가 올림픽 기간 미뤄둔 연합 훈련을 재개하기로 한 4월이다. 북한은 다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파국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한미 훈련 재개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한미 훈련이 3월 25일까지 조정된 상황이라며 “그 시간 내에 북미가 대화로 진입할 수 있게 견인해나가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한미 훈련 재개 전까지 정부가 북미 간 신뢰 구축을 어느 정도는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1일 “북한의 전향적 비핵화 의사 표명이 아니어도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의제로 다루겠다는 남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미국 설득이 가능한 여건은 조성되는 셈”이라며 “북한이 꺼낸 카드이지만 비핵화를 유도하는 돌파구로 정부가 정상회담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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