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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 김여정 “통일 주역 되시길” 文 대통령 “남북 평화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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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젊었을 때 개마고원 가보고파”
金 “이렇게 가까운데 오기 힘들어”
10ㆍ4 선언 등 거론하며 우호적
임종석 “낙지ㆍ오징어 남북 정반대”
金 “그것부터 통일해야겠다” 웃음
한반도 팔도음식 모은 한식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10일 청와대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청와대를 찾은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시기 바란다”, “(언어 차이부터) 통일을 해야겠다” 등 과감한 발언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9일 남쪽 도착 후 그동안 말문을 아꼈던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오찬에서 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에게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며 “통일의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이 “젊었을 때 개마고원에서 한두달 지내는 게 꿈이었다”고 하자 김 제1부부장은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다”며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오찬에 앞선 접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임을 공개하고 문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한 후여서 부담감을 한층 덜고 거침 없는 성격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청와대에 북한 로열 패밀리인 소위 ‘백두혈통(김일성 주석 일가 직계)’이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도 우호적인 발언으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남북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하여”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2007년 10ㆍ4 남북 정상회담을 조율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오늘 대화로 평양과 백두산(방문)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오찬에는 남측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배석했다. 북측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이 김 제1부부장과 함께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 장관과 서 원장을 소개하면서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한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라며 “제가 이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대북 특사로도 거론되고 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관 소감도 대화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개막식을 본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김 제1부부장은 “다 마음에 듭니다. 특히 우리 단일팀이 등장할 때가 좋았습니다”라고 답했다. 오찬에는 한반도 팔도 음식이 모두 들어간 한식이 제공됐고, 북한의 대표 음식인 백김치와 여수 갓김치도 상에 올랐다.
농담과 덕담도 오갔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오징어와 낙지(표기)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고 하자 김 제1부부장은 “우리와 다른데,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흔을 넘은 김영남 위원장에게 “건강관리 비법이 무엇이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조국이 통일되는 그 날까지 건재했으면 한다”고 웃었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서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서화는 왼편에 고 신영복 선생이 남긴 ‘通(소통할 통)’이라는 글씨가, 오른쪽에 판화가 이철수씨가 그린 한반도화가 그려진 작품이다. 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에 ‘소통과 대화로 분단을 극복하자’는 서화의 의미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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