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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치밀한 과학 수사가 있는 한 완전범죄란 없다

입력
2018.02.02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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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경찰팀이 연재한 ‘범인 잡은 과학’과 ‘완전범죄는 없다’ 시리즈를 담은 책 ‘덜미, 완전 범죄는 없다’ 표지
한국일보 경찰팀이 연재한 ‘범인 잡은 과학’과 ‘완전범죄는 없다’ 시리즈를 담은 책 ‘덜미, 완전 범죄는 없다’ 표지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한국일보 경찰팀 지음

북콤마ㆍ340쪽ㆍ1만6,000원

7개월 간격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남동생이 있다. 평소 앓고 있던 질병이 있었다거나,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다. 돌연 숨진 두 사람. 어딘가 섬뜩한 낌새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들 모자의 사망 원인을 알면 소름 돋는다. 농약중독의 주요 원인이라는 ‘폐쇄세기관지기질화폐(BOOP)’가 직접적인 사인이었고, 두 사람 곁에는 며느리이고 아내였던 노모씨가 있었다.

어머니와 남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에 의문을 품은 시누이 홍모씨가 보험회사를 찾으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노씨는 남편 앞으로 든 9개 보험에서 5억2,500만원을 수령했다. 대상자는 두 살배기 아들이었지만 친권자인 노씨가 보험금을 받아갔다.

보험회사 직원의 눈도 피할 수 없었다. 노씨가 가입한 보험상품과 보험지급 내역을 살펴본 결과 노씨가 2년 전에도 첫 번째 남편 김모씨가 사망하자 생명보험 9개에서 4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겨우 2년 사이에 남편 둘이 죽고 총 10억원의 거액을 보험금으로 받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이 직원은 즉시 형사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린 뒤 "보험금을 노린 범죄일 수 있다"고 제보했다. 노씨의 전 남편이 제초제 성분 파라콰트가 섞인 음료를 마시고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된 형사는, 급기야 노씨의 시어머니 무덤을 파기로 했다. 파라콰트 성분이 시신 내에 오래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경찰은 노씨가 농약인 제초제를 이용해 두 남편과 시어머니를 살해하고, 20대인 자신의 딸에게도 제초제를 섞은 음식물을 먹이는 인면수심 범죄를 저질렀음을 밝혀냈다. 2015년 세상에 알려진 포천 농약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갈수록 치밀하고 지능화된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강력 범죄가 2만5,000건 넘게 발생했다. 이 많은 사건을 해결하려면 치열한 두뇌 싸움이 동반돼야 한다. 한국일보 경찰팀이 지난해 ‘범인 잡는 과학’ 시리즈와 ‘완전범죄는 없다’ 시리즈를 통해 소개했던 사건들의 해결 뒤에는 경찰들의 노고가 감춰져 있었다.

책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는 한국일보 경찰팀이 그간 연재된 22건의 사건을 모아 과학 수사를 통한 사건 해결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1부 ‘범인 잡은 과학’에는 기묘한 자세로 욕조에서 발견된 ‘마포 만삭 의사 부인 살해사건’, 핏자국으로 주장이 뒤집힌 ‘춘천 형제 살인 사건’, 최면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추적한 ‘정읍 여성 납치 사건’ 등을 소개하며 부검, DNA감식, 프로파일링, 법 최면 등 12개 키워드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2부 ‘완전범죄는 없다’는 ‘고급 전원주택 연쇄 강도 사건’, ‘노원 가정주부 살인사건’, ‘부산 교수 부인 살인사건’, ‘시화호 토막 살인사건’ 등 범죄를 끈질기게 추적한 담당 수사관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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