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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물 부족 23년째 사실상 ‘무대책’

입력
2018.01.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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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이후 제한급수 8번 반복

해결 방안 없이 시민에 고통분담 강요

시 “해수담수화 등 정부차원 지원 필요”

강원 속초시의 주 취수원인 쌍천이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속초시 제공
강원 속초시의 주 취수원인 쌍천이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속초시 제공

강원 속초시의 물 부족 현상이 갈수기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대책은 2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속초시는 2월 6일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제한급수에 들어간다. 지난해 11월 이후 강수량이 지난해의 43% 불과해 내려진 긴급조치다. 속초지역의 제한급수는 1995년 12월 이후 이번이 여덟번째로 안정적인 취수량이 확보될 때까지 무기한 이어진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뚜렷한 강수 소식이 없는 데다 상수원인 쌍천의 건천화가 가속돼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각 가정에서 절수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구가 8만2,000여명 가량인 속초시의 하루 평균 용수공급량은 4만톤 안팎이다. 시는 전체용수의 90%인 3만5,000여톤을 쌍천 지하댐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 4,000여톤은 학사평 계곡물 등을 정수해 사용한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뭄이 지속되며 전체용수의 40% 가량을 지하 암반에 관정을 꽂아 공급하고 있다. 최근 이마저도 조만간 바닥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속초시의 물 부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뭄으로 주 취수원인 쌍천이 말라 용수난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속초지역에는 고층 아파트 단지와 호텔 등 관광시설 완공이 예고돼 용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더구나 동서고속철도가 개통하는 2025년 이후 관광객이 몰려들 경우 용수난이 더욱 심각해 질 전망이다.

제한급수를 겪을 때마다 속초시는 물론 강원도와 중앙정부에서도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23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해결 방안이 없다. 땜질 식 처방과 제한급수, 절수운동 등 시민들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할 뿐이다. 시민 최모(56)씨는 “제한급수가 이뤄지면 물을 미리 받아야 하는 등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제한급수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물 부족을 해소할 근본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2015년 속초시는 인근 고성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관로 11㎞를 연결해 인근 간성읍 정수장의 물을 지원해달라는 제안에 고성군은 “화진포 관광지와 국회의정연수원 조성 등으로 물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속초시내 상수도관의 누수율을 낮추는 방안도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속초시는 지난달 26일 가뭄현장을 찾은 송석두 강원도 행정부지사에게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반영된 대로 인근 지자체에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건의했다. 속초시는 또 해수담수화시설 설치사업비(250억원)와 상수도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비(370억원)도 조속히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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