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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남북 단일팀 뜨겁게 응원하는 이유

입력
2018.01.29 17:07
30면

남남갈등 소재 된 女아이스하키 단일팀

합동훈련으로 팀워크 다져 분위기 바꿔

감동 스토리 재현해 국면전환 발판 되길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첫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새러 머리 총감독은 총 35명의 남북 선수를 A팀, B팀으로 나눠 훈련을 진행했다. 대한체육회 제공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첫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새러 머리 총감독은 총 35명의 남북 선수를 A팀, B팀으로 나눠 훈련을 진행했다. 대한체육회 제공

한반도를 덮친 최강 한파에도 추운 줄 모르고 지냈다. 정현 선수의 테니스 호주 오픈 4강 쾌거와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U_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국가대표팀의 준우승을 이끌어 일약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의 감동 스토리 덕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평창동계올림픽, 그 중에서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기대를 건다.

물론 이번 남북 단일팀은 여러 면에서 1991년 지바 탁구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으로 ‘46일간의 통일’ 감동을 선사한 탁구 남북단일팀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91년 탁구 단일팀 드라마에서는 두 주역 남한의 현정화 선수와 북한의 리분희 선수가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추고 있었고, 합동 훈련 기간도 35일이나 됐다. 현재 남북의 여자 아이스하키 수준이 각각 세계 랭킹 22위와 25위에 머물고 손발을 맞출 수 있는 합동훈련 기간이 열흘 남짓에 불과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더욱이 이번에는 단일팀 결성 과정에서 빚어진 정치적 논란과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으로 응원 열기도 뜨겁지 않다.

그러나 25일 북한 선수들이 충북 진천 선수촌에 들어오고 28일 첫 합동훈련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보도에서 기대와 희망을 품게 된다. 세라 머리 총감독은 “북한 선수들이 아주 열심히 훈련한다. 눈빛이 살아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팀워크가 잘 맞고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남북 선수들이 4인용, 6인용 식탁에 섞여 앉아 함께 식사를 하며 스스럼 없이 어울린다니 빠르게 친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20살 전후 꿈 많은 소녀들이니 체제나 이념을 넘어 언니, 동생하며 주고받을 얘기와 사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돌아 보면 이번 남북 단일팀 논란과 갈등은 과도하게 조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 비인기 소외종목이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엔트리 22명을 다 못 채우고 20명으로 뛰었을 정도로 선수가 부족했다. 그 전에도 엔트리를 다 채워 공식 대회에 나간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를 남북 단일팀으로 해 보자는 발상이 잘못됐다고 하기 어렵다. 충분한 사전 논의와 선수들 설득이 부족했지만 북핵·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불가피한 안보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이낙연 총리의 “메달권 밖 종목” 발언이 선수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단일팀 논란과 갈등이 이처럼 증폭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진영 프레임이 작용했다. 보수 진영과 야당들은 문재인 정부가 펼치는 정책마다 흑백논리의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고 있다. 북한의 참가를 통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고자 하는 노력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비트는 게 대표적이다.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밀양 화재참사에 대해서는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고 엉뚱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북한의 참가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북한의 호응과 협조가 불확실한데도 무작정 국민의 기대치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점에 대한 보수진영의 비판과 견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한반도 긴장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면전환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을 깡그리 부정하고 가로 막고 나서는 행태는 무책임하고 악의적이다. 근거 있는 비판과 대안의 제시가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판치는 무책임한 악성 댓글 정치에 다름 아니다. 그런 야당에 국민의 신뢰가 쌓일 리 만무하다.

평창올림픽 이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올림픽 개막식 전날 북한의 건군절 군사 퍼레이드 조짐, 미국의 여전한 대북 강경 제재 기류 등이 그런 우려를 키운다. 이럴수록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발판삼아 국면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한파를 녹이는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려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논설고문·한반도평화연구소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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