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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화재 발생시 엘리베이터 이용 마세요”

입력
2018.01.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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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낮춰 비상구로 이동, 내려가지 못하면 옥상으로 대피

출구 없다면 젖은 수건·옷으로 문틈 막고 구조 기다려야

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현재 인명피해와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현재 인명피해와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거동이 불편했던 고령 환자들이 대거 연기에 질식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의료기관 화재 시 환자와 보호자의 행동요령에 관심이 모인다.

27일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재난대비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화재 대피 시에는 연기를 최대한 피하면서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구를 찾아 질서 있게 이동해야 한다. 보통 화재 사고에서 가스와 연기에 의한 질식사는 사망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밀양 세종병원에서도 사망자 대부분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유독가스의 혼합 및 상승작용으로 강한 독성이 발생하면서 환자는 산소결핍 상태에 빠지기 쉽다. 심리적으로 당황하게 되면 평소보다 3배 호흡량이 많아져 다량의 유독가스를 흡입하게 된다. 불이 나면 침착하고 신속하게 현장에서 대피해야 한다. 불을 발견하면 ‘불이야’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화재경보 비상벨을 눌러 다른 사람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면서 가장 가까운 비상구를 찾는다. 이때 부서진 계단이나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절대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세종병원에서도 환자들이 탈출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1층 도착 후에 문이 열리지 않아 변을 당했다.

비상계단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불가능한 때에는 옥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때는 반드시 통로에 있는 문들을 닫아 화재와 연기의 확산을 지연시킬 필요가 있다. 문을 열기 전에는 문에 손등을 대어보거나 손잡이를 만져보고 뜨겁지 않으면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밖으로 나간다. 손잡이가 뜨거우면 문을 열지 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불길 속을 통과할 때에는 물에 적신 담요나 수건 등으로 몸과 얼굴을 감싸야 한다. 대피했으면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밖으로 나온 뒤에는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 때는 즉시 소방대원에게 인원수와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를 알려줘야 한다.

연기가 많을 때는 연기의 특성을 기억하면서 대피해야 한다. 연기 층 아래에는 맑은 공기층이 있으므로 자세를 낮춰 이동하는 게 중요하다. 팔과 무릎으로 기어서 이동하되 배를 바닥에 대지는 말아야 한다. 한 손으로는 코와 입을 젖은 수건 등으로 막아 연기가 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건물구조를 잘 아는 직원은 피난을 앞장서서 유도한다. 환자들을 안정시킨 후 유도등의 불빛에 따라 낮은 자세로 피난을 이끌어야 한다. 출구가 없으면 연기가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옷이나 이불을 물에 적셔 문틈을 막고 구조를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

옷에 불이 붙었을 때는 뛰거나 몸을 흔들지 말고 바닥에 엎드려 두 손으로 눈과 입을 가린다. 얼굴에 화상을 입거나 폐에 연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런 다음 불이 꺼질 때까지 바닥에서 뒹굴면 된다. 노인이나 휠체어 사용자처럼 엎드릴 수 없는 사람의 몸에 불이 붙으면 수건이나 담요를 덮어서 꺼준다.

보건복지부는 “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침착하게 전화 119번을 눌러 ‘○○병원 ○층 입원실에 불이 났어요’라고 말한 뒤 화재발생장소, 주소, 주요건축물, 화재의 종류,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면서 “소방서에서 알았다고 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고 설명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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