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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韓商) 파워를 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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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 기업들 채용에 적극적
“모국서 능력 있는 젊은이 선발
회사의 핵심 간부로 키우자”
인력 수요 많고 승진도 빨라
동남아 안착 교두보 역할
진출 기업-사업가에 경험 전수
지구촌 700만명 교민 위한
해외동포청 조속 설치 요청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등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로의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대일로’에만 2020년까지 1조6,000억달러의 철도ㆍ도로ㆍ교량 등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데, 중국 정부는 재원의 상당 부분을 동남아에 뿌리내린 중국인, 즉 화상(華商)에 의지한다는 계획이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세계에 흩어진 화교는 6,000만명, 이들이 보유한 자산이 최소 2조5,000억달러로 추정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해 6월 ‘세계화교화인공상대회’에서 화상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남아의 화상은 ‘대국굴기’(大國堀起)’를 선언한 시 주석의 핵심 전위대인 셈이다.
중국에 화상이 있다면, 한국에는 ‘한상’(韓商)이 있다. 동남아 지역 경제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화상과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뒤지지만, 모국인 대한민국의 ‘신 남방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현지국 정부의 적극 협조를 얻어 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집단이다.
최근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사업가들이 선배 한상들의 도움으로 순조로운 정착에 성공하고 있다. 김규갑 기업은행 마닐라 지점장은 “필리핀의 대표적 한상인 윤상식(61) 대한어패럴 회장이 영업 자문과 현지 거래처 등 우리 지점의 초기 정착과정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1987년 필리핀에 정착한 윤 회장은 필리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지원하는 ‘망고장학회’를 설립하는 등 사업 성공의 과실을 한국과 나누는 데도 적극적이다.
우리 정부도 ‘신 남방정책’에서 한상들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동남아 순방에서 현지 거주 한인 사업가 및 교포들과 폭넓은 만남을 가졌다.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 문 대통령 초청 행사에 배석했던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은 “문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과 달리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교민사회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지의 한상들도 ‘신 남방정책’에 적극 협력 의사를 내비쳤다. 아시아 지역 한상모임(아시아한상연합회)의 대표로 10여년간 일해온 승 회장은 “한국과 현지국 관계가 좋아야만 한상의 사업도 번창하는 만큼, 한국 정부가 별도로 요청하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게 한상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상들은 특히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인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굴지의 신발업체를 운영 중인 송창근 KMK그룹 회장은 “동남아 지역 한상들 사이에서는 ‘1사ㆍ1 청년’ 운동을 벌여서라도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남아 각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들이 모국에서 청년들을 선발해 각각의 회사의 핵심 간부로 키운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당장 우리 회사부터 지난해 10명 등 매년 일정 규모의 인력을 한국에서 선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필리핀의 천주환 CTK아시아러버 대표도 “동남아 지역은 한국보다 경제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인력 수요가 많고, 채용된 인력의 승진 속도도 빠르다”며 “한상 기업들은 현지인보다 능력 있는 한국 청년 채용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코트라 관계자도 “부처별로 산재한 해외 취업 장려 예산을 한 곳에 몰아, 한상 기업의 ‘1사ㆍ1 청년’ 운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서로 협력해온 동남아 한상들은 새로 진출할 한국 사업가들에 대한 적극적 협력 의사도 밝혔다. 30년 전 한국에서 건너와 3만명 인력을 관리하는 대형 신발업체(파크랜드 월드 인도네시아) 전문 경영인에 오른 신만기 부회장은 “도전정신을 갖고 동남아에 진출한 젊은 사업가들이 원한다면 그동안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들도 인도네시아에 정착했다고 밝힌 신 부회장은 “동남아는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한상들은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화상(華商) 정책’을 참고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맨손으로 타국에 나와 일군 부(富)를 모국에 가져가려 할 경우 정부가 정책적 유연성을 보여주기를 희망했다. 한 사업가는 “동료 한상이 고향에 계신 노모가 기거할 집을 마련하기 위해 송금을 했다가, 자금출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사업가도 “동남아 국가는 자국민이 해외에 둔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금 사면’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일군 경력이 인정되고, 한상들의 본국 송금에 융통성을 부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송창근 회장은 “지구촌 곳곳 700만명에 달하는 교민들의 업무를 총괄할 ‘해외동포청’을 조속히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ㆍ마닐라(필리핀)=조철환기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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