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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포커스] 아르헨티나 탱고에 판타지… 김동률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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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이소라와의 듀엣
“누나!” “(김)동률아”. 지난해 가을 서울 강남구의 T스튜디오. 가수 이소라는 후배인 김동률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녹음실로 향했다. 김동률의 새 앨범에 실릴 ‘사랑한다 말해도’를 부르기 위해서였다.
김동률은 이 곡의 가사를 쓴 뒤 이소라에 전화해 듀엣을 부탁했고, 이소라는 김동률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난 네 앞에 서 있어”. 이소라가 녹음실에서 노래를 부른 뒤 김동률은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해 둘의 화음을 완성했다.
이 곡에서 김동률과 이소라는 격정 대신 덤덤하게 노래해 식어가는 사랑의 쓸쓸함을 돋운다.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녹음은 ‘원테이크’로 이뤄졌다. “묵직한 소리를 지닌 두 사람이 감정의 과잉 없이 불러 울림이 크다.”(김작가 음악평론가)
김동률과 이소라가 함께 노래를 부르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20여 년 전부터 이어졌다. 김동률이 이소라의 2집 ‘영화에서처럼’(1996)에 실린 ‘너무 다른 널 보면서’의 작사와 작곡을 하면서다. 대학생인 김동률이 남성 듀오 전람회로 활동하며 ‘취중진담’을 냈을 때 일이다. 이소라가 지난해 낸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도 김동률이 만들었다. 김동률은 제대로 소화하기 너무 어렵다고 판단해 6집 ‘동행’(2014)에 실으려다 뺀 곡을 이소라에 줬다.
장르가 된 김동률… 그가 복기한 아날로그 추억
김동률이 1년 전부터 이소라 등과 작업한 5곡을 묶어 지난 11일 새 앨범 ‘답장’을 냈다. ‘동행’ 이후 3년여 만에 낸 신작이다. 타이틀곡 ‘답장’은 변함없는 ‘김동률표 음악’이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현악 소리가 포개져 서정을 극대화하는 ‘그게 나야’ 등 그의 기존 대표곡과 결이 같다.
신곡의 반응은 좋다. 노래 ‘답장’은 공개 나흘째인 15일에도 멜론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1~3위를 오가며 인기다. “김동률 음악은 시류를 타지 않는 하나의 장르”(김상화 음악평론가)가 됐다. 익숙하지만 그의 뚝배기 같은 발라드 감성을 대체할 가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작에서 김동률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는 서툴고 더딘 풋사랑을 노래(‘답장’ ‘사랑한다 말해도’)하고, 미국 유명 음악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가 밴드 시카고의 음악 등에서 선보인 1980년대풍 멜로디(‘콘택트’)로 추억을 복기한다. ‘이야기꾼’ 김동률의 수줍음 속에 가려진 입담과 아날로그 같은 멜로디의 따뜻함은 여전하다.
◆ 김동률 ‘답장’ 20자평과 별점
★다섯 개 만점 기준, ☆는 반 개.
‘발라드 텃밭’ 뛰어 넘은 실험
김동률은 ‘답장’에서 익숙함의 껍데기를 깨려 한다. 김동률은 ‘문라이트’를 비롯해 5곡의 편곡을 모두 다른 창작자에 맡겼다. 그가 편곡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앨범은 ‘답장’이 유일하다. 편곡은 건축에서 외관을 다듬는 일과 비슷하다. 집짓기로 따지면 인테리어를 다른 사람에 맡겨 변화를 준 셈이다. 25년 동안 홀로 ‘발라드 텃밭’을 일궈온 김동률에게는 작지만 큰 변화를 낳을 수 있는 시도다.
이 실험은 ‘연극’에서 열매를 맺는다. 김동률은 이 곡에서 아르헨티나의 정통 탱고 음악으로 새 옷을 입는다. 그가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고상지에게 편곡을 맡겨 준 변화다. “김동률은 여러 개의 ‘연극’ 편곡 버전 중에 의외로 가장 전통적이고 개성이 강한 아르헨티나 탱고식 편곡을 원했다.”(고상지)
고상지가 ‘마법의 주름상자’(반도네온)로 연주한 관능의 소리는 강렬하다. 김동률은 이 낯선 소리로 청취자를 ‘이상한 나라’로 초대한다. 그가 노랫말을 지은 ‘연극’은 초현실적이다. 언뜻 사랑 노래처럼 비치지만 곡을 들여다보면 예술가의 혼란과 고독을 판타지 영화처럼 구성해 새롭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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