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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금은 폐지되는데 대학원생은 올린다?

입력
2018.01.12 04:40
13면

현수준 유지하거나 소폭 인상

한 학교서 석사·박사 해도 청구

박사까지 평균 300만원 납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려대 일반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모씨는 지금까지 학교에 낸 입학금만 300만원이 넘는다. 학사 과정은 물론 석사ㆍ박사 과정도 고려대에서 밟고 있는데 10년 넘게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여기는 건 본인 생각일 뿐, 학교는 때마다 어김없이 새 입학 비용을 청구했다. 이씨는 11일 “대학원 진학 때 입학금을 내는 건 그나마 이해되지만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는데 석사에서 박사 과정 간다고 또 입학금을 받는 것은 정말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였던 대학 입학금 폐지가 각 대학의 협조로 현실화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큰 부담이 됐던 대학원생의 입학금은 올해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국회 교육문회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일반대학원의 석ㆍ박사 과정 평균 입학금은 국ㆍ공립이 18만원, 사립의 경우 91만원이었다. 학생ㆍ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즉시 또는 단계적 폐지에 들어간 대학의 평균 입학금(국ㆍ공립 14만9,500원, 사립 77만3,500원)보다 비싸다. 이씨처럼 같은 사립대학에서 학사ㆍ석사ㆍ박사를 모두 진행할 경우 입학금으로만 평균 300만원 가량을 납부하게 된다.

상당수 대학원들은 2018학년도 입학금을 현상 유지하거나 소폭 인상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등록금심의위원회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학ㆍ대학원 입학금이 모두 98만원이었던 중앙대는 최근 대학 입학금은 16% 인하하기로 한 반면 대학원은 동결하기로 했다. 중앙대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입학금이 입학 행정과는 무관한 학교 경비로 쓰인다는 지적이 많아서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다른 대학원들도 입학금을 유지한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부분적인 결론을 낸 서울대도 2018학년도 신입생 입학금을 폐지한 반면, 대학원생 입학금(평균 16만9,000원)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얼마 전 등록금심의위원회 첫 회의를 진행한 고려대 역시 학교측이 구체적인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학원 입학금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은 대학원 입학금 역시 그 목적과 사용처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 만큼 폐지 방안을 포함한 합리적 책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교육부의 4년제 사립대 입학금 사용 실태 조사결과 86% 가량을 입학 업무와 무관한 곳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대학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심현덕 간사는 “일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입학금 폐지 또는 전체 입학금 폐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교육부가 나서서 대학원 입학금 폐지에 대한 부분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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