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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에코붐 세대’ 더 좁아진 백수 탈출구

입력
2018.01.11 0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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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4년간 25~29세 인구 단기 급증

일자리는 늘지 않아 취업난 ‘긴 터널’

올해부터 20대 후반 인구 폭증

기업이 원하는 숙련도는 떨어져

평균 11.6개월 걸려 직장 잡아

“강력한 일자리 촉진책 필요

청년수당 등 적극 검토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모(28)씨는 5년 전 수도권의 한 전문대를 나온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얼마 전부터는 아예 백수로 지내고 있다. 당초 행정 관련 학과를 졸업한 터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작정이었지만 해가 갈수록 ‘공시’ 문턱이 높아져 포기한 지 오래다. 이씨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일자리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 ‘취직 실패자’란 자책감도 크다. 그는 “이젠 취업 경쟁에서 이길 자신감이 없다”며 “그나마 죄책감이라도 덜기 위해 부모님 옆에서 가사일을 도우며 지내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2021년까지 이씨 같은 상황에 처한 대한민국 청년들은 깊고 어두운 ‘취업난의 터널’을 지나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딱 4년간, 대한민국 역사에서 마지막으로 청년층 인구가 단기간 급증하는 현상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8~77년생)의 자녀인 2차 에코붐 세대(91~96년생)가 취업시장에 대거 쏟아지는 것이다. 성장률 침체로 새 일자리는 늘지 않는데 청년층 인구만 증가하는 ‘고용 보릿고개’가 올해부터 시작된다.

10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사회에서 첫 일자리를 찾는 연령대인 25~29세 인구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급증했다 2022년 돌연 감소한다. 25~29세 연령대의 전년대비 증가폭은 올해 11만명, 내년 8만2,900명, 2020년 5만5,400명 2021년 4만4,900명이다. 2015년 1만명에 비하면 4.9~11배에 달하는 인원이 증가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취업 시장에 증가하는 20대 후반 인구가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 39만명 증가한다”며 “앞으로 3, 4년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20대 후반 인구구조가 갑자기 변하는 것은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영향 및 정부 가족계획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자녀 출산을 억제하는 가족계획사업이 완화되며 외환위기(97년말) 직전까지 출산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2차 에코붐 세대의 사회 진입으로 노동시장에 구직자는 갑자기 늘어나게 되지만 그 만큼 민간 일자리도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출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고용창출과 거리가 먼 장치산업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용 파급 효과가 큰 서비스업은 내수 부진 때문에 사실상 고용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 실적이 확대된 반도체나 석유화학 분야는 취업유발효과가 낮고,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 측면의 변수가 많아 기업 입장에서 신규 채용을 안정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일자리가 일부 늘더라도 대졸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청년들은 사무직 중간 수준 이상의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이 같은 일자리는 기술혁신의 영향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일자리도 고숙련 전문직과 저숙련 단순 일자리의 두 종류로 양분화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기업들은 고숙련 전문직 및 경력직을 선호하지만 사회초년생들은 이에 부응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저숙련ㆍ저임금 일자리로 밀려나는 숙련의 미스매치(수요와 공급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현상)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청년실업률(9.9%) 등 청년 고용 사정이 그렇지 않아도 최악인 상황에서 올해부터 20대 후반에 진입하는 인구마저 급증하게 되면 청년층이 실업 또는 반(半)실업 상태로 지내야 하는 기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대졸자가 첫 직장을 잡는 데까지 걸리는 평균기간은 점점 길어져 지난해 11.6개월에 달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출세나 풍요에 관심 없이 득도한 것처럼 사는 젊은이들)처럼 우리 사회에도 구직에 실패한 특정 세대가 희망을 잃고 결혼 출산까지 기피하는 사회 현상이 점점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2차 에코붐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장기 백수’로 전락하기 전에 제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강력한 단기 촉진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고용 확대는 첨단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고졸 등 학력이 높지 않은 인력부터 취업이 쉽도록 우선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기간 취업하지 못한 청년이 한번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면 그 가난을 평생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청년수당(정부가 장기 미취업 청년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 등 보완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청년 실업률이 높은 유럽의 사례처럼 일자리 알선, 교육, 실습기회 제공 등 폭 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년수당까지 지원하는 방식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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