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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10억 벌었다더라” 2030 비트코인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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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연령대의 60% 차지
손쉽게 큰돈 번 소식 듣고
“일해서 뭐하나” 의욕 꺾여
직장인 박모(28)씨는 최근 회사 선배의 갑작스런 퇴사 소식에 한동안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외적으로는 ‘집안 사정’이 이유였지만, 동료들 사이에선 ‘가상화폐 투자로 수십억 원을 벌었더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따로 연락한 박씨에게 선배는 “회사를 평생 다녀도 벌지 못할 만큼 (돈을) 벌었다”고 귀띔했다. 박씨는 “평소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그 선배를 본받고 싶었는데, 열심히 일해봤자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2030 세대가 ‘코인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로 손쉽게 큰 돈을 버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이용자 251만명(지난달 기준) 중 20, 30대가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2030 세대가 가상화폐에 열광하면서 생긴 부작용이자 그림자다.
‘근로 의욕 저하’는 두드러진 증상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지모(35)씨는 최근 지인이 2억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3주 만에 10억원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허탈해졌다. 지씨는 “주말 근무와 야근을 불사하고 일해도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느껴지는데, 주변에서 억대 돈을 쉽게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면 허무하다”고 말했다. 5,000만원 가량을 여러 코인에 분산 투자한 김모(30)씨는 “업무 시간에도 5분 단위로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된다”면서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실적이 안 나오고, 그것 때문에 더 우울해져 다시 가상화폐에 매달리는 악순환”이라고 했다.
가상화폐로 이익 본 사람도 모두가 웃지는 못한다. 4개월 전 취미 삼아 투자한 150만원이 벌써 4,000만원이 됐다는 대학생 김모(27)씨는 “나는 ‘고작 4,000만원’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정신이 팔려 지난해 말 기말고사를 망쳤다는 김씨는 “가상화폐가 내 삶을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기분이 들지만 생각과 달리 더 집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로 소득으로는 큰 돈을 만질 수 없다는 생각이 만연하면서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감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상황”이라며 “사회 전체적으로 가상화폐 광풍 부작용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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