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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열풍에 ‘반격’도 컸던 한 해 지나고… 2018년은?

입력
2018.01.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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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성평등 정책 규탄 국민대회'에서 동성애 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이 피켓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성평등 정책 규탄 국민대회'에서 동성애 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이 피켓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은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서도 숨가쁜 한 해였다. 낙태죄 폐지 운동 단체는 청와대 청원을 통해 “2018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진보된 답변을 얻어냈다.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논란은 그동안 이야기되지 않았던 여성의 몸에 대한 폭발적인 논의를 끌어냈고, 국내에 생리컵 정식 출시까지 이끌어냈다.

과거 ‘몰카’로 불렸던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더욱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불법촬영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기도 했다. 문화 콘텐츠 측면에서도 웹툰 ‘며느라기’,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등 페미니즘 콘텐츠가 인기를 얻었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5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군형법 제92조6항 폐지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페이스북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5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군형법 제92조6항 폐지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페이스북

하지만 이에 대한 반격(백래시ㆍBacklash)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한 해 동안 동성애자와 페미니스트는 동시에 큰 반격에 부딪쳐야 했다.

지난해 4월 육군에서는 동성애자 군인 30여명을 체포하고 재판에 넘긴 사건이 벌어졌다. 항문성교를 한 군인을 2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군형법 제92조 6항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이에 동성애자 군인 색출의 첫 사례였던 A대위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4만명 이상이 서명했고, 2013년에 이어 두번째로 제92조6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군형법 일부개정안이 지난해 5월 발의됐다.

지난해 8월에는 온라인 방송에서 남성 비난 발언을 한 여성 게임 BJ인 ‘갓건배’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돼 논란이 됐다.

남성 유튜버 2명은 갓건배로 추정되는 여성이 사는 집 주소를 공개하고 차로 그곳까지 찾아가는 장면을 생중계로 방송했다. 갓건배는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를 하며 여성 게이머들이 게임 속에서 접하는 성희롱과 모욕 발언의 ‘미러링(의도적인 모방행위)’ 차원에서 남성 비난 발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온라인 곳곳에서는 ‘갓건배를 찾았다’며 엉뚱한 사람의 신상을 털고 모욕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져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보수기독교계, 동성애+페미니즘 연동 공격

한편 성소수자 공격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과도 연동돼 동시에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학교 수업시간에 페미니즘 교육을 한 초등학교 교사가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에 의해 “동성애와 남성혐오 표현을 가르쳐 아동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서울 위례별초등학교의 최현희 교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일부 네티즌들에게 신상털이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여기에 일부 기독교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최 교사가 ‘동성애를 가르치는 등 아동을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최 교사가 수업시간에 퀴어축제 퍼레이드 영상을 보여주고 퀴어축제 물품을 자신의 교무실 자리에 부착해 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백래시’는 여성운동 역사에서 소수자가 평등을 요구하고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등장하는데, 소수자들을 혐오집단으로 낙인 찍고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최근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가 동성애 반대 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후퇴한 것과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성소수자 문제는 젠더 문제이고 페미니스트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연동되며, 동성애 반대 세력에게는 페미니스트들도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에도 다양한 페미니즘 이슈가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여성계와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온 성평등 개헌은 올해도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여성 당선자가 얼마나 나올지도 주목된다. 그 외 차별금지법 제정도 주요 이슈 중 하나다.

한편 페미니즘 운동이 보수 기독교계와의 갈등에 집중하는 것보다 진보 정권 안에서 이뤄나갈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동거가족 지원을 이야기하는 등 아이디어를 내 놓고 있는데, 앞으로는 기존 가치와 문화를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성평등 문제는 여성가족부 만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 하에 정부 부처 안에 젠더 전문관 같은 제도를 통해 이를 조정하고 어젠다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여성계 신년인사회에 영상 축사로 “성평등은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의 핵심적인 요소”라며 “나날이 증가하는 디지털 성범죄, 데이트 폭력, 직장내 성희롱과 같은 여성폭력 범죄에 더욱 단호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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