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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최저임금 주시나요?"… 업주들 전화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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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밥집 주인 “그 돈 주면 장사 접어야”
‘법과 현실 따로’ 이중임금 구조 심화 우려
#2
알바 포털 메인 화면엔 7530원
상세 모집요강엔 그 이하 제시
구인 공고엔 최저시급 주겠다더니
연락하면 “양심 없다” 말 바꿔
#3
올핸 최저임금 미만자 더 늘 듯
“지원책 통해 인상 유도를” 목소리
“당신하고는 같이 일 못할 것 같네요. 끊읍시다.”
역대 최고 인상액을 기록한 2018년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적용된 새해 첫날, 평일 낮에 근무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던 서울 강서구의 김밥집 업주는 ‘시급은 최저임금을 맞춰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이 김밥집이 내건 시급은 단 6,000원. 올해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지난해 최저임금인 6,470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다시 전화를 하자 업주는 “이 돈만 받고도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차고 넘쳤다”면서 “7,500원씩 주려면 장사 접어야 한다. 그만큼 받고 싶으면 다른데 알아 보라”고 일갈했다.
한국일보가 1일과 2일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편의점과 음식점, PC방 등을 대상으로 2018년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상당수 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르바이트 포털 업체인 알바몬과 알바천국에 올라온 서울 중구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구인 공고 30개를 살펴본 결과 20%(6개)에 달하는 곳에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6,500원~7,300원 사이의 시급을 지급하겠다고 명시해 놓고 있었다. 이들 업체들은 메인 화면에 표시되는 급여란엔 시급을 7,530원으로 적어놓았지만 상세 모집요강엔 이에 못 미치는 급여를 게시하는 ‘꼼수’를 썼다. 아예 아르바이트 지원을 위한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자기소개와 함께 ‘원하는 시급’을 제시하라는 편의점도 있었다. 이 편의점 업주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급에 대해 협의를 해나가자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1년 이하의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엔 수습기간일지라도 최저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도 여전히 많았다.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에서는 3~6개월 동안 일할 근무자를 구하면서 수습기간 동안엔 7,000원을 주겠다고 밝혔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수습기간 3개월은 시급이 6,500원”이라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한번도 일을 안 해본 경우에는 따로 교육을 받아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가 지난해 8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올해 3월부터는 편의점과 음식점 같이 숙련기간이 필요 없는 단순 노무업무 종사자들에게는 근로기간에 관계없이 최저임금을 줘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알고 있는 업주들은 거의 없어 보였다.
구인공고에는 최저시급을 주겠다고 해놓고 막상 연락을 하자 말을 바꾸기도 했다. 구인공고엔 시급을 7,530원이라고 적어놨던 서울 동대문구의 PC방 업주는 “협의가능이라고 써놓지 않았나. 평일 오전 PC방엔 손님이 없어 한가한 ‘꿀알바’라서 최저임금을 다 받는 건 양심 없는 일”이라면서 “그래도 주변 PC방보다는 우리가 많이 주는 편”이라고 주장했다. 이 PC방에서 제시한 시급은 7,000원으로 지난해엔 최저임금(6,470원)을 맞춰 지급했지만 올해는 도저히 여력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시급에 주휴수당을 포함시켜 마치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양 눈속임도 횡행한다. 주휴수당이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1주에 하루 유급휴가를 주는 것.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주는 “시급 7,530원은 주휴수당을 안 받는 조건”이라고 미리 못 박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2018년 최저임금을 주휴수당을 포함해 환산하면 시급 9,036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주-근로자 갈등 심화 조짐
현장에서는 연초부터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다는 못 준다’는 사업주와 ‘다 달라’는 근로자 간의 갈등도 심화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고 카페에서 일했던 대학생 이슬기(24)씨는 “사장님이 요즘 장사 안 되는 거 아는데 시급 올리는 건 무리 아니겠냐고 은근슬쩍 물어오더라”면서 “올해 최저임금 맞춰달라고 했다간 그만두라고 할 기세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동작구의 PC방에서 7개월을 일했다는 홍다민(21)씨는 “지난해에도 6,300원만 받고 일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올랐는데도 시급은 그대로라고 해서 황당했다”며 “인상된 금액을 다 맞춰주진 않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단 한 푼도 올려주지 않는 것이 너무 괘씸해서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업주 측에서는 어느 정도의 금액은 감수할 수 있지만, 시간 당 1,060원이라는 인상액은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죽집을 운영하는 윤모(60)씨는 “몇 년째 여기서 가게를 하고 있는데, 보통 500원 남짓 오르던 시급이 이번엔 두 배가 뛰어버리니 인건비가 나올 구멍이 없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법 따로, 현실 따로’의 이중임금 구조가 더 심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른 최저임금 미만자 비중을 감안할 때 올해 최저임금 미만률은 20.9~21.3%로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저임금 미만률은 2012년 9.6%에서 2016년 13.6%로 거의 매년 높아지는 추세인데, 올해는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 때문에 훨씬 큰 폭으로 높아질 거라는 얘기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평균임금 증가율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 최저임금 미만자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지원책을 통해 사업체의 자발적으로 급여를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지역 및 산업별로 근로감독 강화를 통해 최저임금 미만 적용자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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