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무인텔 사용해 보니 “웬만한 숙박업소는 문 닫아야겠던데요”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잠자러 왔는데 나가라고?
평상시보다 일찍(오후 6시쯤) 취재를 끝내고 청주 인근 무인텔을 검색해 들어갔다. 깔끔하게 샤워를 마무리하고, TV를 켜고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 주십시오.” 어디에서 나는 소리지? 잘못 들었나 하고 멍하니 앉았는데 다시 한번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번엔 또렷하게 들렸다. “시간이 다 되었으니 퇴실 준비를 해주십시오.” 이게 무슨 소리야, 난 분명히 하룻밤 묵으려고 들어왔는데. 전화를 눌러 사람을 불렀다. “잠자러 왔는데 이게 뭔 소리냐?” “아, ‘대실’인줄 알고 3만원만 계산했는데….” 결국 2만원을 추가 결제했다. 싼 가격에 방 잡았다고 좋아했는데 이런 거였구나.
#이 정도면 가족호텔인데
전북 남원에서 민박을 하는 지인의 권유를 정중히 거절하고 인근에 새로 생긴 무인텔을 숙소로 잡았다. 순간 지인의 장난기 어린 요청이 이어졌다. 내부 시설이 어떻게 돼 있는지, 특히 ‘거품 욕조’는 어떤지 자세히 살펴보고 꼭 알려 달란다. 농담이겠지만 좋으면 동네 사람들과 한번 가볼 작정이란다. 사실 잠만 자고 나오는 터라 샤워만 했지, 욕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도 부탁이 있었으니 욕조부터 살펴봤다. 기대만큼 ‘블링블링’하지는 않았지만 깔끔했다. 대신 앞과 위에서 물줄기를 뿜도록 조절할 수 있는 샤워 시설은 만족스러웠다. 실내 조명도 화사하고, 벽지와 장식까지 아늑해 가족이 묵어도 좋을 만큼 쾌적했다. 또 하나, 다른 곳에는 없는 포도주까지 한 병 마련돼 있었다. 하룻밤 4만5,000원 잠자리로는 최상이었다. 다음날 결과를 궁금해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동네 웬만한 민박집은 다 문 닫아야겠던데요.”
거의 매주 출장을 다녀야 하는 여행 기자로서 ‘무인텔’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우선 무인텔은 최근에 지은 숙소가 많아 일반 모텔에 비해 깨끗하다. 높은 회전율(?) 때문인지 청소 상태가 양호하고 조명도 밝은 편이다. 사실 색깔이 들어간 침침한 무드 조명은 개인적으로 최악이다. 다음으로 무인텔은 주로 도심 외곽에 위치해 빛과 소음 공해가 없는 편이다. 당연히 공기도 좋다. 어느 도시나 숙박업소가 밀집한 지역은 유흥업소와 겹치게 마련이다. 외부 조명이 밤새 창에 번쩍거리면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멀끔한 외관만 보고 들어갔다가 내부 시설이 엉망인 경우도 허다하다. 조명이 어둡고 침구가 오래된 듯하면 찜찜함을 견뎌야 한다. 특히 오래된 모텔은 지하에 유흥주점이 입주한 곳이 많다. 이 경우 진동과 소음이 침실까지 전달돼 밤새 고달프다. 아무리 늦어도 지하에 혹은 옆 건물에 노래방이 있지 않은지 꼭 확인한다. 요즘은 도심의 모텔도 ‘드라이브 인’이라는 명칭을 달고 무인텔로 개조하는 추세인데 이런 곳은 되도록 피한다. 일종의 답례품인 ‘어메니티’도 일반 모텔보다 나은 편이다. 모텔은 생수 2병이 기본인데, 무인텔엔 캔 음료가 추가된다. 믹스커피 일색인 모텔에 비해 ‘고급’ 커피와 비스킷을 놓아 둔 곳도 많다.
꼭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경험상 출장 가서 일과를 마친 후 조용히 쉬고 싶은 이들에게 무인텔은 가격(보통 5만~6만원) 대비 최고의 숙소다. 하지만 무인텔 얘기만 하면 실눈을 뜨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이것저것 물어 볼 건 다 물어본다. 무인텔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간단하게 사용법을 정리한다.
기본적으로 무인텔은 1층 주차장, 2층 숙소로 된 단순한 구조다. 위아래 층이 없기 때문에 층간 소음이 없다. 주차장이 열린 칸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면 셔터가 자동으로 내려간다. 계단으로 2층에 오르면 지폐를 넣을 수 있는 현금 계산기가 기다린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이용자가 많은 탓에 카드 결제기는 없다. 꼭 카드를 사용하려면 인터폰으로 사람을 불러야 한다. 이때도 주인과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다. 카드 단말기가 드나들만한 구멍으로 결제가 끝나기 때문이다. (숙박하러 갔다가 대실 요금을 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제를 완료하고 방에 들어가면 문은 자동으로 잠긴다. 외출을 할 경우 문 앞의 외출 버튼을 누르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문이 열린다. 비밀번호와 함께 방 번호도 꼭 기억해야 한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