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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신년카드에 새겨진 ‘원폭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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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터 앞 죽은 동생 업은 나가사키 소년 사진 인쇄돼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신년카드에 핵무기 피해자들의 애절한 모습을 새겨넣었다.
1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교황이 연말연시를 맞아 인쇄를 지시한 카드에는 1945년 미군의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 나가사키에 있던 한 소년의 사진이 새겨졌다. 영아로 보이는 숨진 동생을 업은 소년이 화장터 앞에서 장례 순서를 기다리며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카드 뒷면에는 '전쟁의 결과'(The fruit of war)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교황은 제목 아래에 자신의 서명을 남겼다. 현지 언론들은 교황이 이번 사진을 직접 골랐다고 보도했다. 사진 캡션에는 "어린 소년의 슬픔은 피를 흘리는 입술을 깨무는 표정에서만 드러날 뿐"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사진은 2차 세계대전 때 원폭이 투하된 뒤 현장을 찾은 미국 해병대의 사진사 조 오도널이 촬영한 것이다. 미국 의회 도서관에 따르면 오도널은 미군이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원폭 공격을 가한 후 4년 동안 두 도시가 겪은 핵공격 여파를 기록했다. 오도널의 사진은 '일본 1945년: 그라운드 제로에서 온 한 해병대 사진사'라는 책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CNN방송의 바티칸 해설자인 존 앨런은 "사진 카드에서 교황의 입장에 새로 크게 추가된 것은 없지만, 교황이 연말연시에 배포될 특정한 이미지를 직접 선택한 것은 처음이라서 그 메시지는 현재 상황과 특별히 관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예전부터 핵무기를 규탄해왔고, 전쟁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크게 우려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강행, 미국 행정부 안팎의 군사옵션 거론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교황은 지난달 25일 성탄절 공식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계에)에서 한반도 대치 상황을 우려하며 신뢰증진을 따로 촉구했다. 교황은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가 해소되도록 "매일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작년 11월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교황의 신년 메시지에도 인류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경고가 담겼다. 교황은 전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송년 저녁 미사에서 "인류가 죽음, 거짓말, 부정의로 한해를 낭비하고 망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은 수치스러운 줄 모르고 어리석은 오만함의 가장 명백한 표징이며, 많은 죄악이 인간적, 사회적, 환경적 악화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둘러싼 지적인지 밝히지는 않은 채 책임감을 강조했다. 교황은 "하느님, 우리 형제들, 우리의 창조물 앞에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내내 전쟁, 인종차별, 기후변화 등 여러 지구촌 현안에 큰 목소리를 내왔다. 교황은 작년 4월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많은 민간인이 숨지자 "받아들일 수 없는 학살"이라고 규탄했다. 한 달 전에도 소수민족 로힝야가 탄압을 받는 미얀마를 방문해 통치자들과 사태를 완화할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9월 내전에 마침표를 찍은 콜롬비아를 방문해 평화 유지를 촉구했고, 5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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