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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 서행운전 해봤더니... ‘도로 위 욕받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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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속 40km로 준법운전
차창 내리고 “너 때문에 XX”
“도로 위 분노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가 표출되는 한 형태”
“빵~빵~.”
지난달 22일 오후 3시 30분쯤 차량이 드문드문 지나가는 마포대교 4차선 도로를 시속 40㎞ 가량 속도로 달리던 중 뒷차의 신경질적인 경적소리가 들렸다. 상향등까지 켜고 뒤따르던 차량은 왼쪽으로 추월한 다음 급히 오른쪽으로 차선을 바꿔 강변북로로 빠져 나갔다.
평소 점잖은 이들조차도 운전대만 잡으면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고 과격하게 경적을 울려댄다는 도로 위.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얼마나 화를 참지 못하는지 평일 낮 서울 도심에서 서행운전을 해봤다. 도로교통공단이 밝히는 도심 서행 속도는 돌발상황 시 즉시 정차가 가능한 시속 30~40㎞. 금요일 오후 2시부터 이 속도를 유지하며 서울시내 42㎞를 주행했다. 교통법규를 전혀 위반하지 않는 이른바 ‘준법운전’이었지만, 기자는 도로 위 ‘분노의 표적’이 된 듯했다.
특히 신호가 바뀌기 전 미적대는 경우 운전자들은 상당히 날카로워졌다. 오후 3시쯤 서울 서부지법 앞 도로를 서행하다 신호가 노란색으로 바뀌어 정차를 하자 뒤따르던 택시가 옆으로 오더니 기사가 차창을 내리고 소리를 질렀다. “너 때문에, XX.”
중구 충정로역 부근에서는 억울한 화풀이 대상이 됐다. 운전자도 없이 도로에 정차해있던 택시 때문이었다. 차량이 줄줄이 이어지는 왼쪽 차선으로 끼어들기 위해 기회를 엿 본지 1분 가량, 경적 소리가 끊임없이 뒤통수를 때렸다. 뒤에서 먼저 끼어들기에 성공해 앞질러 가던 승용차 운전자는 “야! 이것도 못 지나가냐”며 외마디 분풀이를 하고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도로 위의 분노(Road Rage)’가 차량이라는 독립적인 공간적 특성과 맞물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가 표출되는 한 형태라고 진단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과주의 문화에 익숙한 상당수 운전자는 새치기나 끼어들기를 해서라도 남보다 앞서 갈 수 있다는 쾌감을 얻는데 서행운전자가 이를 방해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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