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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드가 산타클로스를 추적하는 이유?

입력
2017.12.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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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4일 '노라드 산타 추적' 프로그램에 참가한 봉사자들의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12월 24일 '노라드 산타 추적' 프로그램에 참가한 봉사자들의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녀들의 “산타클로스가 정말로 있나요?”란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ㆍ노라드)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지난 60년 이상 노라드가 추적한 바로는 산타는 정말로 있고 매우 건강하며 세계인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다.” 그러면 노라드는 정말로 산타를 추적하는 것일까?

북한의 미사일이나 러시아 전투기가 날아들 가능성에 대비해 하늘을 엄중하게 감시하는 노라드가 매 해 12월 24일에는 유쾌한 축제를 벌인다. 산타가 이날 밤 현재 지구 어디에서 선물을 뿌리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른바 ‘노라드가 산타를 추적한다’라는 이름의 인터랙티브 쇼는 미국 국방부 최대 규모의 대중 홍보 행사로 떠올랐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노라드가 추적한 산타는 북극에서 출발해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전세계 하늘을 누비며 무수히 많은 선물을 뿌린다. 47개 레이더, 하늘을 도는 스파이 위성, 전투기와 특별 고성능 카메라 ‘산타캠’ 등이 추적에 동원된다.”

산타 추적 이벤트를 소개하는 노라드의 14쪽짜리 핸드북에는 “산타가 출발했다고 알려지는 시점부터 노라드는 북미로 날아드는 미사일을 감지하기 위한 위성을 동원해 산타의 위치를 확인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 핸드북은 산타가 기원후 343년부터 비행을 시작했으며 썰매의 속도는 미 공군 전투기보다도 빠르고 이 썰매를 끄는 9마리 순록의 이름은 “대셔, 댄서, 프랜서, 빅슨, 코밋, 큐피드, 도너, 블리츤 그리고 루돌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물론 거대한 연극이다. 노라드 사령관인 공군 대장을 비롯해 1,5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동원돼 전화 15만통, 이메일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날아드는 산타의 현재 위치 문의에 대응한다. 최근 들어서는 기술 발전에 발맞춰 웹사이트 ( http://www.noradsanta.org ) 를 통해 세계지도 위에서 산타의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체제까지 마련됐다.

2013년부터 노라드의 산타 추적 프로그램을 담당해 온 프레스턴 슐랙터 공보담당관은 “전화를 끊으면 바로 다른 어린이가 전화를 걸어온다”라고 말했다. 약 23시간동안 2시간 단위로 봉사자들이 업무를 맡는데 2009년 당시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도 봉사에 동참한 적이 있다. 해당 행사에는 공공예산이 들어가지 않고 대신 정보기술(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나 미국방위산업협회 등이 후원에 나서고 있다.

이 연극의 기원은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라드가 주장하는 ‘전설’에 따르면 한 어린이가 산타클로스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시어스 백화점의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는데, 번호가 잘못 인쇄돼 노라드의 전신이었던 대륙방공사령부(CONAD)에 전화가 걸렸다. 보안상 외부와 단절된 군부대 내로 전화가 걸려왔다는 주장은 진위가 의심스러우나 어쨌든 전화를 받은 당시 근무담당자 해리 슈프 대령은 장난전화인 줄 알고 퉁명스럽게 대하다 어린이가 울기 시작하자 산타클로스 흉내를 내며 위치를 알려줬고 다른 근무자들에게도 산타 위치를 알려주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홍보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CONAD가 산타를 추적한다”라는 홍보를 하기 시작한 것이 노라드로 계승, 정례화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노라드의 산타 추적 쇼는 오랜 전통에 군사주의와 폭력의 색채를 덧칠한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2013년 미국 보스턴 소재 시민단체 ‘상업광고 없는 유년기를 위한 운동’은 미 공군 전투기 2대가 산타를 쫓아다니며 호위하는 장면이 담긴 홍보 동영상을 두고 이와 같은 비판을 제기했다. 다만 해당 단체의 조시 골린 대표는 당시 AP통신에 “이 논란은 언론매체들이 만들어낸 논란에 가깝다”라며 “언론사가 연락해 오기까지 영상에 대해 알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노라드는 “이 영상은 위협적이지 않고 아동 친화적”이라고 해명했다.

로리 로빈슨 노라드 사령관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산타 추적 이벤트가 여러 세대의 가족에게 마법과도 같은 전통으로 정착했다”라며 “북미의 하늘을 방위하는 것만큼 기념일 기간에 선한 의지와 기쁨을 전달하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업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언제 미사일을 발사할지 모르는데 이런 활동을 하면 역량이 분산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로빈슨 사령관은 “둘 다 절대로 실패할 수 없는 임무다. 노라드는 둘 다 동시에 할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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