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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푸조 5008 타고 1박2일 군산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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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수입 중형 SUV 새 차를 이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징적으로 5008만원에 팔겠거니 했던 예상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가격이 4,290만원(시승차 GT라인 4,650만원)이라는 얘기를 들고난 직후 냉큼 시승을 신청한 뒤 기다렸다. ‘자동차광’인 내가 차를 고르는 가격 기준은 오래 전부터 4,000만원이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공교롭게도 자동차 구입에 투자하는 종잣돈이 딱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중고로는 수입 고성능 스포츠카까지 넘봤고, 때로는 국산 새 경차도 구입했지만 언제나 기준만큼은 그 범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눈 앞에 나타난 5008은 덩치가 꽤 컸다. 사실 푸조의 기함 아닌가? 3008의 확장형 플랫폼으로 중형 SUV 기준은 확실하게 채웠다. 문제는 심장이 1.6리터에 불과하다는 점. 아무리 디젤 엔진의 토크가 뛰어나다지만 이 덩치를 끌기에 다소 부치지 않을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그런 선입견을 품은 채 차를 찬찬히 둘러본다. 시트가 일곱 개에 첨단 안전장비는 고루 갖췄고, 시트 높이도 적당해 가족용으로 쓰기에 ‘딱’이다.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구형 5008의 장르가 미니밴이었던 걸 고려한다면 납득이 간다.
이 차로 뭘 할까 고민하다 20년 지기 친구 셋을 불러 모았다. 불쑥 떠나는 ‘묻지마’ 여정이다. LED 헤드램프를 써서 야간 주행도 하고 고속도로를 꾸준히 달려 엔진 ‘펀치력’도 점검해볼 요량이다.
누구보다 먼저 푸조 308 GT를 몰고 다니는 친구가 운전석에 냉큼 앉더니 이내 주절거린다. “내 차랑 너무 달라. 페달 답력이 무척 가벼워서 밟으면 쑥 들어가는데 저항감(반발력)이 전혀 없네. 밟으면 ‘쑤욱’ 나가니 가속력 자체는 아쉽진 않아. 다만 답력 때문에 페달을 깊게 밟게 되는데, 엔진 회전이 확 올라가는 내 차와 달리 5008은 은근히 가속되는 성향이야. 부담 없이 타기 좋으네.”
난 해치백을 좋아하는 그가 내리는 5008의 평가를 듣고자 조수석에서 늘어진다. 평소 푸조를 고집하는 개성파들을 몇몇 봐왔기에 남다른 대답을 기대하며 몇 가지를 물었다. “네 차와 비교해 인테리어는 어때? 스티어링 휠이 너무 작지 않나? 기어 레버 아래쪽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변속기 반응이 달라질걸? 그나저나 대체 푸조는 왜 산 거야?”
“버튼? 아, 그렇지. (스포츠 세팅을 누른 후) 보통은 이렇게 나가지. 좀 더 적극적으로 기어를 매칭하네. 그래도 페달 답력만큼은 여전히 308 GT는 노면도 훨씬 예민하게 읽고 스티어링 감각도 한층 쫀쫀하지. 인테리어는 절반 정도는 비슷하고 나머지 반은 완전 달라. 이를테면 내 차는 모든 기능을 터치패널로 지정하는데, 5008은 반은 버튼이고 반은 디지털 세팅으로 혼용되어 있네. 그게 더 고급차 세팅이라고? 아날로그 버튼을 주르르 나열하는 방식이? 허허, 푸조는 해치백이라 샀지. 디자인과 가격이 마음에 들어서 말야. 원래는 폭스바겐 골프를 사려고 했는데 판매가 금지됐더라고. 너도 부추겼잖아? 기억 안나?”
요즘 중고차 가격이 떨어졌니 뭐니 하는 불평을 종종 들었기에 모른 채 고개를 쓱 돌렸다. 때마침 휴게소가 나타나 잠시 쉬어가자며 내렸다. 그리고는 운전자 교체!
이제 렉서스 IS 오너의 차례다. 차를 몰자마자 하는 얘기가 인상적이다. “오우! 이런 식으로 가속이 되면 와이프한테 욕은 안 얻어먹을 것 같아. 가속감은 그냥 무난한 편이야. 휘발류 엔진의 날카로움은 전혀 기대할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느리진 않아. 급 가속 질주는 어렵지만 이 정도라면 일상적으로 쓰기에 아주 완벽하겠어. 오히려 고속주행 안정성이 무척 인상적이네. 운전석은 광활해서 아주 좋은데? 아까 타보니 뒷좌석은 잔 진동이 있는데다 시트 폭도 작아서 덩치 좀 있는 어른들은 불편할 것 같아. 독립식 시트라서 그런가?”
3열 시트도 있으니 앉아보라 권하자 슬쩍 보더니 거듭 손사래만 친다. 하긴 나라도 그 자리에 앉고 싶지는 않다. 나중에 7살 꼬맹이에게 앉아보라 시킬 생각이다. 평일 퇴근 후 만났던 터라 달리는 사이 어느덧 밤이 됐다.
“LED 헤드램프가 일품이야. 차가 없으면 스스로 하이빔을 켜고 대항차나 앞에 차가 나타나면 조사각을 조절하네. 이건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인가? 신기하고 무척 편해. 헤드램프가 무척 탐나. 떼어내어 내 차에 달고 싶군.”
그 말을 듣자 무뚝뚝한 다른 친구가 불쑥 외친다. “야, 내려봐. 나도 몰아보자.” 처음부터 “트렁크가 좁니 디젤 차를 뭐하러 타니”라고 볼멘소리만 늘어놓으며 ‘앞 시트 팔걸이 안에 냉장고가 있다’는 말에도 관심조차 없던 녀석이 운전석에 앉아 꽤 속도를 내어보더니 한 마디 내뱉는다.
“괜찮네. 차 좋다, 야. 고작 ‘쩜육’ 엔진인데 힘 좋고 고속에서 안정감이 무지 뛰어나네. 운전대가 작아서 편하고 아래쪽에 걸리적거리는 포크가 없어서 마음에 들어.” 그러고는 언제 씩 웃었냐는 둥 다시 뚱하니 묵묵부답이다. 그렇게 남자 넷은 사이 좋게 5008을 나눠 타고 군산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쯤에서 “왜 군산인가?”라고 묻는다면 5008 운전석에 앉았을 때 불쑥 결정했다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해안으로 향했다고 말하겠다. 환상적인 연비를 떠올리면 해남 땅끝마을까지 내달릴 수도 있었겠지만 중년 사내 넷이 5008을 타고 밤새도록 남쪽을 향해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예로부터 내게는 군산에 대한 묘한 향수 같은 게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
군산의 풍경은 예스럽고 시간조차 느리게 간다. 빛 바랜 흑백 사진에 투명한 색을 더한 느낌이랄까?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들의 속은 푸근했다. 왜 아니 그럴까? 이름부터 군산(群山)이라 야트막한 산에서는 나물을 채취했고, 너른 평야에서는 양곡을 거뒀다. 푸른 바다는 사시사철 신선한 해산물을 건네줬으니, 군산 출신 지인은 그곳을 ‘사람 살만한 곳’이라 말했다. 지금은 서울에 살지만 언젠가 고향이 그리워지면 분명 돌아가게 될 거라고.
나는 문화해설사가 추천한 군산의 구 시가지를 걷기 시작했다. 하루짜리 나그네가 군산의 속살을 제대로 보려면 100여 년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밴 그곳을 찾아야 하니까. 발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하나의 블록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새가 추억 보따리 같았다. 하지만 해망로 일대는 그 가치를 알아본 이들의 안목에 의해 근대산업유산 벨트화사업의 대상이 됐다. 갈매기와 기관사 외에는 찾지 않을 법한 정동진이 ‘모래시계’ 이후 흔한 관광지가 되어버렸듯, 군산의 구 시가지가 그렇게 변하는 건 썩 유쾌하지 못한 일이지만.
위의 두 문단은 5년 전 군산을 찾아 유유자적 도심을 거닐며 썼던 글이다. 이미 서너 차례 군산을 방문한 뒤라 깊은 애착마저 생겨난 터다. 한편으로는 개발의 단초에서 찾아낸 우려의 기색 또한 짙었다. 시간이 흐름 지금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해보고도 싶었다.
추울 겨울, 밤 10시에 도착한 터라 본격적인 시내 탐험은 다음 날로 미루기로 하고 선술집을 찾는다. <탁류>의 고태식이 그랬던 것처럼 한 시대를 노닌 지식인들의 회합마냥 소주를 늘어놓고 싶었기 때문. 이제는 빛 바랜 시외버스 터미널 부근에서 마음에 쏙 드는 깡통집을 찾아냈고, 온갖 구닥다리 유물에 쌓인 채 진한 물회와 소주를 연신 들이켰다. 본디 사내들의 여행 첫날밤은 이렇게 소진하기 마련 아니던가!
이튿날 주말 아침. 아니나다를까, 다시 찾은 군산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빼곡했다. 그냥 문화적 보존만 했다면 좋았을 텐데, 개발의 흐름에 달려든 부나비처럼 자본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기차가 멈춰선 폐 선로 옆에 다소곳하게 늘어섰던 경암동 철길마을의 고즈넉한 단층 건물들은 시끄러운 상업지구가 됐다. 어린 시절 즐겼던 뽑기 같은 추억팔이 가게가 수두룩하다.
월명동의 다 쓰러져가는 일제 시대 구옥 대신 리모델링을 거친 가게가 늘어 섰다. 일제가 수탈한 곡물을 항구에 부리고 배에 싣는 부잔교(뜬다리부두)는 예전에 비해 한층 노후된 기분이다. 1899년 개항해 물자 수탈의 전진기지였던 군산내항 주변에는 창고와 도로, 철도가 격자무늬처럼 붙어 있어 한층 개발이 쉬워 보인다. 퇴역한 군함과 상륙장갑차 등이 즐비한 진포해양공원은 어린 자녀를 데려온 관광객을 위한 장소다.
군산시가 매입해 일반에 공개하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국가등록문화재 제183호)은 마치 주말의 북촌 풍경마냥 시끄러운 북새통이 됐다. 이성당 빵집에 늘어선 대기 행렬에 질려 사가와 커피숍을 찾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닫았다. 개인이 소장한 일본식 고택을 볼 수 있었던 얄팍한 인연이 있던 곳이다. 군산부윤관사와 동국사로 이어지는 걷기 루트는 진작에 포기했다.
창고를 개조해 근사하게 꾸민 카페에 들러 아픈 다리를 풀었다. 여기서 잠깐, 목적지를 하나 추천하자면 군산근대건축관으로 거듭난 장미동 조선은행과 구 군산세관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 1922년 건축된 구 조선은행은 채만식 소설 <탁류>의 무대였고, 구 군산세관(현 호남관세전시관)은 1908년 대한제국의 자금으로 건립된 단층 건물로 서울역사와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다.
한석규 동상을 웃으며 볼 새라, 그 유명하다는 음식으로 끼니를 채우고는 군산 탐험은 끝내기로 했다. 이제 바다를 메워 건설한 새만금방조제를 무대로 삼아 5008을 본격적으로 몰아볼 차례다. 내가 2리터 엔진을 마다하고 1.6 엔진을 고른 이유는 특유의 소음과 진동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고배기량 4기통 디젤의 소음과 진동을 무척 싫어한다. 대배기량 디젤 엔진을 고른다면 최소한 V6 유닛 이상을 추천하는 바다.
예상대로 1.6 소형 엔진의 그것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었다. 폭발적인 토크를 포기한 대신 뛰어난 밸런스를 얻은 셈이다. 아이신 제작 6단 자동변속기는 전 영역에서 출력을 매끈하게 갈무리 짓는다. 중형 디젤 SUV는 듀얼클러치의 기민한 체결감이나 무단변속기의 두루뭉술함보다는 자동변속기 특유의 감성이 한층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집중하지 않고 그저 발을 툭 갖다 대고 느긋하게 운전하면 최대토크의 시점에서 알아서 똑똑하게 변속하는데 무척 개운하다. 오히려 스포츠 모드에 놓고 기어를 적극적으로 바꿔가며 차를 내몰기에 5008 1.6 HDi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5008에는 몇 가지 인상적인 옵션이 있었다. 키를 지니고 트렁크 후방에서 범퍼 아래로 발을 쓱 디밀면 해치가 자동으로 열리는 트렁크 열림 기능과 상향등을 자동으로 켜고 꺼서 야간 시야를 확보해주는 디렉셔널 헤드램프 등이다. 운전석 시트 높이는 미니밴의 그것마냥 아주 편안하다. 문을 열고 허리를 틀어 앉으면 딱 맞아 떨어져 승하차가 편하다. 정통 SUV라면 시트고가 너무 높아 연로한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타기 힘들지만 5008은 도심형 세팅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그간 푸조의 선루프는 열 수 없었는데 드넓은 채광을 자랑하는 5008의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오픈이 가능하다. 앞쪽 선루프에 해당하는 부위를 슬라이딩 시킬 만큼 충분한 지붕 길이를 확보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옵션이 분명하다. 실내 안팎은 디자인에 천착하는 프랑스인들의 아이디어가 곳곳에 녹아 있다. 기어 레버의 형상부터가 남다르다. 마치 펜싱 경기의 칼 손잡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모양새다. 전자식 토클 버튼을 누르고 전환시키는데 주차(P)는 버튼을 눌러야 하므로 D-R 전환이 손쉽기는 하다.
스티어링 휠은 살짝 과장해 장난감 같지만 어떤 자세에서도 계기판을 가리지 않고 매끄럽게 돌아간다. 회전 비율도 적당해서 ‘유턴’도 5.5미터 이내로 단번에 해낸다. 스티어링 감각만큼은 본격적으로 달리기에 다소 느슨하지만 패밀리카 용도로 쓰는 도심형 SUV 장르에 최적화된 모양새다. 예로부터 ‘프렌치 라이온’은 스티어링 감각과 핸들링 성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메이커 아닌가? 의도적인 설정이 분명하다.
운전석에 앉아 있으면 센터페시아에 주르륵 늘어놓은 스위치 덕분에 뭔가 뿌듯하다. 과장하자면 비행기 ‘콕핏’ 같다고나 할까? 천정 디스플레이에는 벨트를 매지 않으면 앞뒤 좌석 그림을 깜빡거리며 “딩딩” 시그널을 낸다. 비상등 스위치가 오른쪽 맨 끝에 놓여 있는 등 인체공학적인 배치는 아니지만 근사하긴 하다. 구동력을 노면 상황에 맞게 조율해주는 로터리 스위치를 돌려봤다. 눈이 내려 빙판길이었던 터라 효율을 체크해봤는데 액셀러레이터 감도를 조절해 출력을 매만지는 섬세함 또한 갖췄다. 시승차에 사륜구동이 없는 건 아쉽다.
센터페시아 위쪽 대시보드에 불쑥 솟아난 액정은 유행인가보다. 아우디는 진작에 A1을 통해 선보인 바 있고 현대가 만든 최신형 모델은 죄다 그렇잖은가! 기능과 실용을 동시에 거머쥔 모양새지만 멋스럽지는 않다. 볼보는 10여 년 전부터 진작에 대시에서 불쑥 솟아오르는(평소에는 숨어 있다가) 근사한 내장형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는데 말이다.
단점도 있다. 서스펜션 세팅이 불만이다. 소형 해치백에 어울리는 직설적인(좋게 말해 핸들링 뛰어난) 구성을 다소 무르게(스프링 세팅을 달리해) 바꿨지만 그게 묘하게 이질적이다. SUV답게 서스펜션 상하 움직임을 풀어놨지만 본질은 버리지 못한 모양새랄까? 편안하게 타는 SUV 특성을 감안해 한층 느긋하게 조율해도 괜찮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운전석과 보조석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노면 요철의 질감이 뒷좌석에서는 직설적으로 묻어난다.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세팅이 궁금해진다.
2열 시트는 독립식으로 꾸며 앞뒤 슬라이드가 가능하지만 덩치 큰 성인이 나란히 앉기에는 오히려 불편한 모양새다. 고로 2열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나 할까? 자녀가 셋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트 구성이다. 가운데 시트를 앞으로 쭉 빼내고 좌우 시트를 뒤로 밀어두면 각자 독립적으로 카시트에 앉아 형제간의 우애를 지킬 수 있다. 앞뒤 시트의 등받이에는 경첩이 아주 튼튼한 접이식 테이블이 있는데 그럴 듯하다. 간단한 소품이나 간식 정도를 놔두기에 그만이다.
시트 질감은 인상적이다. 등받이와 방석의 사이드 불스터(날개)는 승하차 때 닳기 쉬운 터라 가죽으로 꾸몄고 나머지는 착좌감 뛰어난 패브릭이다. 땀이 차지 않고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에 개인적으로는 가죽보다 선호하는 재질이다. 통풍시트가 아닌 다음에야 어설픈 가죽은 있으니만 못하니까. 유럽차답게 앞뒤 슬라이드 범위가 무척 넓어 190m에 이르는 장신이라도 충분히 소화해낸다. 시트 익스텐션 기능 또한 기본이다.
트렁크의 활용도를 체크해보자. 평소에는 바닥에 숨어 있는 간이 시트 같은 자그마한 시트 두 개를 들어올리자 나도 모르게 웃음만 나온다. 끈을 살짝 당기면 스르르 ‘팝업’되기에 삼척동자라도 쉽게 꺼낼 수 있다. 어른이 앉는 건 ‘비추’다. 비상 시 간이 시트의 몫을 해내기에 적합한 용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정도 부피라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푸조 5008과의 1박2일 데이트는 끝이 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했던 차를 만났고, 실로 오랜만에 다시 찾은 군산에서 달콤쌉쌀한 기분을 맛봤으며, 우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기회가 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시트로엥 그랜드 피카소의 우위를 다시 느꼈지만 5008 1.6 HDi는 가족을 위한 도심형 SUV라는 결론이다. 굳이 타깃을 말하자면 아이 셋 키우는 가장이나 주말이면 무조건 여행을 떠나는 보헤미안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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