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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공방 확산] “사실상 위폐, 거래 금지를” VS “미래시장 이끌 기회로”

입력
2017.12.13 04:40
4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규제 찬성’ 한호현 경희대 교수

“머니게임 끝나면 폭락할 것”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지금의 비트코인 열풍은 잘못된 환상이 아주 크게 부풀려진 데서 비롯됐다. 환상이 가짜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머니게임은 끝나고 비트코인은 폭락할 수 밖에 없다.”

한호현 경희대 교수는 12일 비트코인 열풍을 이같이 진단한 뒤 “정부는 당장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일본이 비트코인을 정식화폐로 인정했다거나 미래에 기축통화가 될 것이란 전망 등은 모두 틀렸다”며 “비트코인은 사실상 위조지폐”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가령 시중에 100억원이 있는데 비트코인이 100억원만큼 들어오면 이론상 기존 화폐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며 “정부가 지금처럼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하면 실물 경제에 유입될 수 밖에 없고 결국 기존 화폐 시스템은 흔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또 “가상화폐 거래를 아예 금지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밀릴 것이란 지적도 있는데 이는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를 하나로 본 데서 생긴 기우에 불과하다”며 “가상화폐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얼마든지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선 미국이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는 점을 들어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와 가치가 더 커졌다고 말하지만 선물거래 시작은 오히려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물거래란 미래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 팔 것을 약속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는 “비트코인은 실질 가치가 없고 작은 소문 만으로 급등락을 반복할 만큼 가격 변동성이 커 선물 거래 자체가 소수에 의한 또 하나의 머니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의 상황은 미국 금융 회사들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증권화해 팔다 결국 집값 하락으로 무너진 것과 매우 닮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법을 개정해 지난 4월부터 가상화폐 거래소가 반드시 실명 확인을 거치도록 했는데 이를 두고 시장은 일본 정부가 공식 화폐로 인정했단 식으로 마음대로 해석했다”며 “일본 정부는 위조화폐 우려 등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첫 단추를 상당히 잘못 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사기는 물론 실물 경제 보호를 위해 정부는 당장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머니게임에 나선 투자자들이 더 이상 돈을 걸고 베팅하지 않으면 시장은 급격한 공황(패닉)에 빠져 일반 주식보다 가치가 더 폭락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산업으로 흘러 들어가야 할 돈이 증발하는 것이어서 실물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 ‘규제 반대’ 인호 고려대 교수

“규제보다 감시 모니터링 필요”

인호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인호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섣부른 비트코인 규제는 기술 혁신의 발목만 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호 고려대 교수는 12일 “비트코인의 투자 열풍보다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개인간 거래 정보가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참가자의 네트워크에 공유되는 ‘분산형 거래 장부’를 뜻한다. 인 교수는 “블록체인은 유용성, 확장성, 보안성이 이미 검증된 만큼 앞으로 모든 데이터와 자산이 안전하게 거래되는 거대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첫 번째 시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20년 전 인터넷에 비유했다. 인터넷이 처음 보급될 때는 간단한 이메일 전송과 채팅 정도만 가능했지만 지금은 은행거래까지 일반화할 정도로 발전했다. 블록체인 초창기인 지금은 비트코인만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라는 얘기다.

학생들도 뛰어들 만큼 비트코인 투자가 투기적 행태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인 교수는 “1999년말 닷컴버블처럼 과열 양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 교수는 학생들이 투자하는 것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고등학생들도 주식투자를 하면서 경제 관념을 배운다”며 “비트코인이 아닌 무엇이라도 광적으로 빠지면 다 문제이기 때문에 너무 색안경만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혁신기술을 미리 알아보고 판을 키운 투자자에겐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거래 금지라는 강력한 수단이 거론되는 등 정부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인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새 기술이 규제 때문에 싹이 잘릴까 걱정”이라며 “과속이 문제가 되면 도로를 없앨 게 아니라 감시카메라를 달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유럽의회가 비트코인에 ‘불간섭주의’를 권고한 것을 인용하며, 우선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체 규율에 맡기고 당국은 세밀하게 모니터링을 할 것을 조언했다.

인 교수는 나아가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 상황을 한국이 미래 디지털 금융시장을 선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디지털 금융’으로 정의되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개자 없이 거래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라며 “새로운 금융이 생기고 패러다임이 변할 때 우리가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한국블록체인학회장과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서울시 블록체인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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