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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리뷰] '강철비' 정우성 곽도원 연기력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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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14일 개봉)는 한반도 핵전쟁 시나리오를 그린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다. 북한에 쿠데타가 벌어져 북한 권력 1호가 치명상을 당해 남한으로 피신한다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북한의 선전포고와 그에 맞선 미국의 선제 타격 개시, 남한의 계엄령 발령으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놓이고, 북한 최정예요원 출신 엄철우(정우성)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마지막 사투를 벌인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2013)의 양우석 감독은 4년 만의 새 영화에서 남북한 분단 현실을 소환했다. 웹툰 스토리 작가였던 양 감독이 2011년 연재한 웹툰 ‘스틸 레인’을 스크린에 직접 옮겼다.
◆‘강철비’ 20자평과 별점
★다섯 개 만점 기준, ☆는 반 개.
동의하기 힘든 서사와 허구
북한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마침 남한이 정권 교체기라면? 북한 군부가 핵 전쟁을 기도한다면? 이에 미국이 선제 공격을 염두에 둔다면? 그런데 ‘북한 1호’가 총상을 입고 남한에 피신한 상태라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중국과 일본과 미국의 이해 관계가 얽혀 든다면? ‘강철비’는 픽션이라고 하기엔 상당 부분 동북아 정세와 맞물려 있고, 현실로 받아들이기엔 극단적이다. 여기에 이 영화의 부담이 있다. ‘강철비’는 장르영화로 즐기기엔 꽤 무거운, 한반도 재난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다.
남과 북의 국내 정치와 국제적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뒤엉킨 형국이지만, 영화의 중심은 거대한 재앙을 불러올 핵의 공포다. ‘강철비’는 전쟁의 가능성과 위험에 대해 역설하고 관련된 다양한 가설들을 세워 나가지만, 최종 목표는 전쟁을 피하고 평화와 공존을 정착시킬 방법론이다. 여기서 영화는 전자엔 지나칠 정도로 힘을 싣고, 후자엔 소홀하다. 내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영화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에선 개인의 희생으로 귀결되고, 이 과정엔 ‘불가피한 힘과 무력’의 논리가 개입된다. 영웅 중심의 영화적 서사와 허구적 설정이라곤 하지만, 너무 쉽지 않나? 동의하기 힘들다.
김형석 영화평론가
‘다큐 픽션’의 좋은 예… 동화 같은 결말엔 머쓱
양 감독이 잘 조립한 ‘레고’ 같다. 그의 전작 ‘변호인’이 역사적 인물에게 정서적으로 기댄 바가 컸다면, ‘강철비’에선 구성력이 돋보인다. 북한 쿠데타와 김정은 암살 시도란 영화적 상상은 김정은이 집권 후 벌인 대대적인 숙청과 공포정치란 현실에서 힘을 발휘한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양가감정도 인물 구도로 잘 녹였다. 영화는 핵 문제에 대한 정치적 대립으로 ‘골칫거리’ 북한을 보여주고, 한국과 북한의 두 철우를 통해서 공존해야 할 민족으로서의 화두를 영리하게 제시하기도 한다.
영화 속 곽철우(곽도원)는 이혼했다. 그의 아들은 ‘엄마랑 아빠랑 다시 합치면 안 돼?’라고 보챈다. 영화엔 ‘원래 하나였던 것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다진 빌리 브란트의 화두가 반복된다. 양 감독은 자신의 시각을 ‘강철비’에서 확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변호인’ 보다 이 영화에서 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은 더 선명해 보인다. 양 감독과 함께 이 영화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건 정우성이다. 북한 군인의 순수함과 절박함을 무리 없이 표현했다.
김정은이 남한으로 넘어오는 설정은 무리수다. 핵에 대한 결말은 너무 동화 같아 그간 쌓아온 현실감이 멋쩍다.
양승준 기자
영화적 쾌감에 울림 큰 메시지 갖춰
한반도 분단 문제를 그린 영화들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엄중한 현실을 장르적 재미를 위한 분위기 조성 용도로 오락화하거나 단순 배경으로 휘발시키지 않는다. 소재이자 주제로서 엄존하는 ‘현실’을 차갑게 응시하면서 이야기를 힘 있게 전진시켜 나간다. 그러면서도 영화적 상상력이 빚어내는 쾌감도 잊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첩보 장르를 내세웠지만 본격 정치 드라마로도 읽힌다.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는 건 ‘전쟁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이고, 중국이 북한의 쿠데타를 묵인하는 건 자국 실리 때문이다. 남한 신ㆍ구 정권의 엇갈리는 입장도 현실 정치를 소환한다. 북한은 동포이지만 섬멸해야 할 적이기도 하고, 한반도 평화는 유지돼야 하지만 동시에 평화를 위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남한 사회의 상반된 태도가 이야기의 동력으로 아주 적절하게 활용된다.
어느 한 쪽 힘의 우위로 봉합하지 않는 결말도 흥미롭다. 평화나 공존도 결국엔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문제의식이 마지막까지 견지된다. 우직한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준다.
정우성과 곽도원의 연기는 매우 뛰어나다. 순수하고 강직한 엄철우를 연기한 정우성은 지금보다는 더 높게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곽도원은 쓰임새가 얼마나 폭넓은지 또 한번 증명했다. 양 감독의 세 번째 영화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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