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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카드깡 비자금조성 대구은행, 이번엔 제보자 색출 파문

입력
2017.12.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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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치 통화내역 제출하라"

지난 8일 전체 임원회의서

감사가 임원 20명에게 요구

경찰이 "6일 출두" 통보하자

5일 "아프다" 병가 내고 입원…

1주일 연기하자 이튿날 정상출근

은행 측 “직원 윤리강령 따른 것

법인폰 발신내역만… 문제 없어”

대구지역 시민단체 회원이 지난 9월 대구 북구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항의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여성회 페이스북 캡쳐
대구지역 시민단체 회원이 지난 9월 대구 북구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항의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여성회 페이스북 캡쳐

거액의 비자금 조성으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대구은행이 제보자 색출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경찰 소환 통보에 병가를 내고 입원했다가 1주일 연기되자 곧바로 출근하는 등의 처신으로 또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대구은행 내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 8일 열린 전체 임원회의에서 임원 20명에게 지난 6개월치 통화내역을 12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 내외부에선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경찰에 비자금조성 의혹을 제보한 내부 인물을 찾아내기 위해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해당 임원들은 좌불안석이다. 통화내역을 은행에 제출하면 상대방의 사생활침해 등 불법행위에 연루될 수 있다. 거부하면 제보자로 찍혀 19일 이사회와 26일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무 이상 임원뿐 아니라 부장급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불똥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30억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했다는 혐의로 박인규 행장과 임직원 17명 등 모두 18명이 수사를 받고 출국금지됐다"며 "부산은행이 날고 있는 사이에 대구은행은 지배구조개선 등 은행의 명운을 가를 중차대한 일을 손도 못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통화내역을 제출 받아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것은 자멸의 지름길"이라며 "한 달 가량은 미뤄도 되는 임원인사를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강행하겠다는 것은 잠재적인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측은 “직원윤리강령에 따라 감사위원회 결정 등 적법절차를 거쳐 법인폰 통화내역을 제출토록 했다”며 “수신내역을 빼고 발신만 제출토록 했기 때문에 사생활침해 등의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경찰 소환을 하루 앞두고 병가를 낸 채 입원했다가 소환일정이 1주일 연기되자 곧바로 출근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대구경찰청은 박 행장에 대한 비자금조성 의혹 수사와 관련, 6일 경찰에 출두할 것을 통보했다. 박 행장은 5일자로 병가를 내고 입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 행장을 1주일 뒤인 13일 출두할 것으로 통보하자 당초 경찰 출두일인 6일 아픈 몸을 이끌고 은행으로 정상 출근했다. 점심시간에는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도 했다.

박 행장은 2014년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법인카드로 지역 유명 백화점 상품권을 매달 6,000만~1억여원을 구입한 뒤 수성구의 한 상품권판매소에서 5%를 수수료로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31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는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행장은 경조사비 등 은행경영을 위한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 행장은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연루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대구은행 비자금 수사를 해 온 대구경찰청은 박 행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29일까지 연장요청하고, 13일 3차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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