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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겉과 속이 다른 재규어 F-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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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타입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F 페이스는 어떤 계절과 지형에서도 탈 수 있는 재규어 스포츠카입니다.”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 이안 칼럼의 소갯말이다. 뒤늦게 SUV 시장에 뛰어든 재규어는 그들의 고집을 담아 실용적인 스포츠카를 목표로 F 페이스를 개발했다. 그래서 2.0리터 디젤 엔진을 쓰는 기본형 모델이 아닌 F 페이스 S 트림을 시승했다. 최고출력 300마력의 3.0리터 V6 트윈터보차저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렸고 사륜구동 장치는 기본이다.
F 페이스는 SUV로 분류되지만 외모만큼은 영락없는 재규어다. 스포츠카를 고집하는 재규어 고유의 패밀리룩과 비율을 잘 담고 있다. 가장 높게 솟은 A필러에서 시작해 B, C 필러를 지나면서 점점 낮아지는 지붕 선은 완벽한 쿠페 스타일이며, 옆면의 늘씬한 비례에는 이안 칼럼이 디자인해온 재규어 브랜드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F 페이스의 길이는 4731mm, 너비 1936mm, 높이 1652mm이며, 휠베이스는 2874mm이다. 오버행과 리어행은 최대한 짧게 만들고, 좌우 바퀴도 넓게 벌려놨다. 여기에 차체 크기에 비해 큰 편인 20인치 알로이휠을 신겼다.
실내는 랩 어라운드 스타일의 대시보드, 12.3인치 TFT 계기판,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최신 재규어 디자인이 적용됐다. 10.2인치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는 안으로 푹 들어가 있는데, 구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잘 마무리 되었으나, 곳곳에 플라스틱을 사용한 게 두드러지는 면이 아쉽다.
재규어가 F 페이스를 소개하며 당당하게 언급한 ‘스포츠카’라는 표현과 늘씬하고 역동적인 생김새에 맞는 고성능을 기대하며 시승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과 전혀 다른 움직임에 내심 당황했음을 밝힌다.
물론 힘은 충분하다. 2톤 하고도 70kg이 더 나가는 육중한 몸을 여유 있게 끌고 나간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속도가 붙는다. 변속기 반응도 빨라 추월 가속도 잘 된다. 문제는 ‘피칭’과 ‘바운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돌발적인 노면 변화를 만나면 댐퍼가 차를 노면에 누르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튀어 오른다. 노면 변화가 심한 국도에서는 속도를 규정 제한까지만 올려도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프로드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줄 수 있겠으나, 일반 도로에서 빠르게 달리기는 좋지 않았다. 스포츠카 같은 외모지만 성능은 역시 SUV였다.
반면 특이하게도 ‘롤링’은 잘 억제됐다. 언더스티어 성향은 있지만, 토크 벡터링 덕분에 속도에 비해 좁은 반경으로 코너를 통과했다. 요철을 만나 튀어오를 때와는 반대로 그립이 강해지며 흐트러지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며 돌아나갔다. 서스펜션은 전륜에는 더블위시본, 후륜에는 멀티링크가 탑재됐다. 스티어링 감각은 부드러우면서도 반응이 좀 뭉툭했다. 특별히 나쁘다기보다 예리한 조향감을 신경 써 만든 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다. 굳이 F 페이스를 소개하면서 스포티한 성능을 강조하지 않았다면 아쉽지 않았을 수준이지만.
F 페이스의 역동적인 생김새에 걸맞게 파워트레인은 날쌔고 강력했으나, 서스펜션과 차체 특성이 딱 SUV다. 달려나가는 힘도 있고, 그만큼 잘 선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안정적이다. 다만 고속으로 질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재규어가 언급한 ‘스포츠카’ 같다는 기대를 제외한다면, 그냥 SUV라면, 꽤 괜찮다.
F 페이스는 레인지로버 벨라(시승기)와 같은 IQ 플랫폼을 공유한다. 부드럽고 볼륨있는 벨라와 강렬하면서도 역동적인 인상의 F 페이스. 같은 플랫폼이지만 외모는 퍽 다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 차이도 상당하다. 1억원이 훌쩍 넘는 벨라와 달리, F 페이스는 184마력 2.0 디젤 엔진의 경우 6천9백만원이면 살 수 있다. 같은 플랫폼을 썼다는 것만 생각한다면, 벨라보다 F 페이스가 훨씬 저렴하다. 다만 실내 디자인과 편의 장비 등은 벨라가 F 페이스를 압도한다. 특히 벨라는 스티어링휠 버튼까지 터치 방식이 적용됐을 정도다. 커다란 디스플레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일반 도로를 고속으로 주행할 때도 벨라가 더 안정적이다. 벨라는 속도가 올라가자 에어 서스펜션이 즉각 반응하며 차체 높이를 낮췄다. 다만 운전자의 의도대로 빠르게 반응하는 편은 아니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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