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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때문에… 누더기 된 복지제도ㆍ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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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배제된 상위 10%에
0~5세 자녀세액공제 부활 추진
1000억대 예산절감 효과 사라져
10% 선별에도 행정비용 막대
뚜렷한 명분도 실의도 없어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0~5세 아동들에게 일괄적으로 수당을 지급하겠다던 당초 정부 계획을 국회가 ‘소득 상위 10% 제외’로 어그러뜨리면서 그 후유증이 상당하다. 아동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 상위 10%에게는 예외적으로 당초 없애기로 한 자녀세액공제를 부활시켜주기로 하면서 세제는 누더기가 될 판이다. 10%를 걸러내기 위한 막대한 행정비용까지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1차적인 책임은 뚜렷한 명분 없이 주고받기 식 합의를 한 국회에 있지만, 복지수당과 조세정책을 굳이 연계하려는 정부의 태도도 혼란을 키우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7일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2019년부터 중단키로 했던 0~5세 아동의 부모에 대한 자녀세액공제 혜택을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0% 부모들에 한해 계속 유지해주는 내용으로 내년 중 소득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0~20세 자녀 한 명당 15만원씩(셋째부터는 30만원씩) 소득세액을 감액해주는 자녀세액공제 제도를 아동수당을 받는 0~5세를 제외하고 6~20세에만 적용하는 내용으로 소득세법을 고쳤다. 아동수당과 중복 복지를 막는다는 취지였는데, 정부안과 달리 소득 상위 10%가 아동수당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들은 아동수당은 물론 기존에 받던 자녀세액공제까지 못 받는 처지가 되자 세액공제를 부활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고소득자에게까지 수당을 지원하는 건 부당하다는 이유로 제외를 시켰는데, 세제 지원은 해주겠다는 이도 저도 아닌 정책이 돼 버린 셈이다.
문제는 상위 10%가 면제 받는 세금이 아동수당과 비교해서도 그리 적지 않은 규모라는 점이다. 지난해 자녀세액공제로 인한 조세 지출은 1조3,085억원으로 이중 0~5세 자녀에 대한 지출은 약 30%인 4,000억원 안팎, 특히 공제받을 세금이 많은 고소득층인 상위 10%의 몫은 1,000억원 전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아동수당 상위 10% 제외로 기대할 수 있는 연간 예산 절감액(약 2,700억원)의 3분의 1을 넘는 금액이다.
매년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선별적 복지 사업에서 대상자 선정ㆍ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통상 전체 예산의 2% 수준으로 본다. 연간 예산이 2조~3조원인 아동수당을 선별적 복지로 운영한다면 연간 행정 비용이 적어도 500억원, 많게는 1,000억원 가량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동수당을 받는 하위 90%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유주헌 복지부 아동정책과장은 “아동수당 신청자의 소득과 재산 내역을 파악할 때 필요한 전ㆍ월세 보증금 등은 전산 확인이 불가능해 수급 희망자가 계약서 사본 등을 주기적으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배(예산 절감)보다 배꼽(비용 지출)이 클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애당초 아동수당과 자녀세액공제를 별개의 ‘투 트랙’으로 운영하는 게 옳지 않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 탈피가 목적이었다면 수당에 더해 세제 지원을 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도 굳이 연계를 하면서 세제까지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이 불투명했던 것도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이 선뜻 수용을 못하는 이유다. 국회 논의에서 아동수당 지급 대상은 줄곧 주요 쟁점이 아니다가 비공개로 치러진 여야 3당의 ‘2+2+2 회동’(11월 27~29일)과 원내대표 회동(12월2~4일)에서 갑자기 10% 제외로 결정이 났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야가 정치적 담판으로 제도의 근본 틀을 바꿔버림에 따라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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