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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지붕 즐비한 인사동, 한옥보전구역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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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서 비 새는 노후 한옥 많은데
수선 대신 천막 씌우고 땜질 처방
천막 탓 서까래 부식ㆍ화재 우려
서울시가 한옥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전ㆍ진흥하기 위해 지정한 종로구 인사동 일대 ‘한옥보전구역’이 적절한 보수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천막촌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인사동 풍경 속에서 한옥마을 특유의 멋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빗물 누수를 막기 위해 마구잡이로 덧씌운 천막과 땜질 보수로 인해 누더기가 된 지붕만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천막을 덮지 않았더라도 기왓장이 흐트러지고 부서지거나 고정장치 없이 쌓아 둬 낙하 사고가 우려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옥보전구역이자 전통문화의 공간을 자부하는 인사동에서 한옥의 멋이 실종된 현실은 단순한 경관 훼손의 문제를 넘어선다. 진태승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 연구원은 “기와지붕이 머금은 습기가 천막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서까래나 보 등 목부재의 심각한 부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붕 위에 얹은 에어컨 실외기 역시 하중과 진동으로 인해 한옥의 노후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
지붕을 뒤덮은 천막은 화재 위험도 키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한옥은 대부분 목조인 데다 주택 간 간격이 좁아 화재에 취약한데 가연물인 천막까지 씌울 경우 담배꽁초 등으로 인해 불이 붙거나 주변으로 번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경고했다. 인사동은 2013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돼 소방당국의 특별관리를 받고 있지만 즐비한 천막 지붕을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연 2차례 실시하는 특별조사에서 소화기나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위주로 점검할 뿐, 사유재산인 지붕 시설물에 대해선 철거 또는 시정을 명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옥 수리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한옥밀집지역의 경우 총 수리비의 3분의 2 한도에서 최대 1억2,000만원까지, 인사동과 북촌, 서촌 등 한옥보전구역은 1억 8,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지원제도에도 불구하고 인사동이 천막촌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원인은 이곳 한옥 대다수가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상업시설이라는 데 있다. 임대료만 받으면 그만인 집주인에게 수선의 필요성이 절실할 리 없고, 세입자는 공사비 지출이 임대료 인상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해 보수를 적극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짧지 않은 공사 기간 영업을 포기해야 하는 점도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다. 인사동에서 15년째 한옥을 임대해 식당을 운영해 온 장모(54)씨는 “세입자 중엔 지붕에서 비가 새도 월세가 오르거나 영업에 지장을 받을까 봐 직접 사람을 사서 고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리비 지원이 시작된 2009년 이후 지원금이 투입된 한옥은 인사동 전체158동 중 단 3동, 비율로는 1.8%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주거용 한옥이 많은 북촌은 32.1%가 지원을 받았다.
수리비 지원제도 있어도
본인 부담 크고 재산권도 제약
지원 절차 까다로워 1.8%만 신청
실거주자 많은 북촌은 32% 혜택
수리비를 지원받더라도 한옥 공사비가 워낙 비싸 본인 부담액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66㎡(20평)를 전통 기와로 교체하는 비용만 2,400만원가량인데 지원 한도인 3분의 2를 다 받는다 쳐도 800만원은 본인이 내야 한다. 전통문화가 밀려나면서 한식당 위주의 골목 상권마저 시들어 가는 인사동의 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다. 건축주의 부담을 줄이고 지원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합금 등 저렴하고 다양한 재질의 기와도 지원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전통 양식이 무분별하게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지원의 선행 조건인 ‘한옥 등록’을 하면 임의로 철거와 멸실을 하지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는 점도 집주인이 지원신청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6일 현재 인사동에서 등록된 한옥은 전체의 4.4%인 7동에 불과하다. 지원제도를 알고 있더라도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조평 서울시 한옥보전과장은 “지붕 수선의 경우 지난해 조례를 개정해 지원 신청 절차를 간소화했으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보수를 강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문제점이 발견된 만큼 빠른 시일 내 실태조사를 전면 실시하고 수선이 필요한 경우 건물주에게 일일이 공문을 보내 지원제도 활용을 적극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미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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