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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수ㆍ학생들에겐 한마디 없이… 국민대 학과 통폐합 일방추진 논란

입력
2017.12.07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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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학과+임산학과 통합 절차

2019년 목표로 정원은 반토막

“결국 산림학과 없애겠다는 것”

교수ㆍ학생 “집단행동” 강력 반발

국민대 전경.
국민대 전경.

국민대가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대학 내 산림환경시스템학과(산림학과)와 임산생명공학과(임산학과)를 통합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데, 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통합 논의 과정에 철저하게 배제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급기야 이들은 통합을 막기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반발 강도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6일 국민대에 따르면 학교는 ‘바이오’와 ‘환경’에 중점을 둔 학과를 신설하겠다면서 임산학과와 산림학과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 목표 시점은 2019학년도로, 다음달 안으로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고 교육부 승인을 위한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이미 결론이 내려진 사안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교내에서는 이를 ‘산림학과 폐지’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두 학과 한 학년 정원이 각각 40명인데, 통폐합 후 만들어지는 신설학과 역시 정원은 40명으로 동일하다. 한 산림학과 교수는 “결국 한 개 학과 인원이 줄어든다는 건데 바이오와 관련 없는 우리 과를 없애겠다는 얘기 아니겠나”고 했다. 정나린(20) 산림학과 학생회장 역시 “바이오에 중점을 두면 결국 (산림학과) 전공 수업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고, 기존 산림학과 학생들은 제대로 된 전공 지식을 익힐 기회를 뺏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림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논의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본보 취재로 통폐합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할 정도. 한 재학생은 “이렇게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오기까지 왜 학생들을 쏙 빼놓고 논의를 진행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입생도 문제다. 산림학과는 2018학년 수시 전형을 통해 정원 40명 중 18명을 이미 뽑아 놨다. 이들 역시 학과 통폐합 소식을 접하지 못하기는 매한가지. 원윤성(23) 과학기술대학 학생회장은 “이미 합격한 수험생들 중에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다른 결정을 했을 수험생도 있을 것”이라며 “이들의 선택권은 이미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산림학과 교수들은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7일 발표하기로 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학생들도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과 통폐합을 저지할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학교 측은 “두 학과 통폐합을 검토 중인 건 맞다”면서도 구성원들 반발과 신입생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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