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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두 번’ 차별 받는 양성애자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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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애자들이 무분별한 비난과 차별로 홀대를 받고 있다. 이성애자는 물론 일부 성 소수자들로부터도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평가다. 양성애란 정서나 성적인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끌리는 것을 의미한다.
수면 위로 부각되진 않았지만 양성애자들의 규모는 적지 않다. 한국성과학연구소에서 지난 2003년 국내 성인 남성 1,6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자신을 양성애자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0.3%를 기록했다. 이는 동일한 설문에서 동성애자라고 응답한 비율(0.2%) 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양성애자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6)씨는 “양성애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잡종’이라는 말인데 사람으로 존중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이별의 충격으로 남자를 사귄다’거나 ‘성관계에 중독되어 남녀를 모두 만난다’는 식의 소문과 편견 때문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편견 섞인 말 한마디도 양성애자들에겐 상처로 날아온다고 했다. 대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26)씨는 “(여성인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알면서도) 남녀 모두와 성관계를 하면 느낌이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이성애자에겐 남자나 여자친구와 성관계 할 때의 느낌은 잘 묻지도 않으면서 그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매번 수치스럽다”고 불쾌해했다.
양성애자들은 성 소수자 모임에서도 괄시를 받고 있다. 최근 성 소수자 모임에서 탈퇴한 최모(28)씨는 “일부 성 소수자들은 ‘이성애>동성애>양성애’ 등으로 등급을 매겨 양성애자들을 조롱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최모씨는 또 “양성애도 동성애나 이성애처럼 하나의 성적 지향임에도 일부 성 소수자들은 양성애자를 향해 ‘아직 성적 지향을 잘 알지 못하는 철없는 사람’이라거나 ‘박쥐 같다'며 비난한다”고 말했다. 결국 양성애자들은 성 소수자 간의 유대감 형성을 위해 모인 조직 내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모양새다.
특히 성병인 ‘에이즈’ 관련 뉴스가 터져 나올 경우, 양성애자들은 곤혹스럽다. 성 소수자 모임에서 활동 중인 이모(26)씨는 “에이즈 보도가 되풀이 될 때마다 성 소수자들은 물론이고 특히 양성애자들은 (남녀 모두와 문란한 성관계를 즐긴다는 이유로) 에이즈의 원흉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결핵·에이즈관리과 관계자는 “비이상적인 성관계와 잘못된 피임 방법이 에이즈 같은 성병을 일으키는 것이지, 이성애나 동성애, 양성애 등의 성적 지향성이 에이즈 유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성애자를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 소수자 모임에서 활동 중인 유민석 작가는 “양성애자의 성적 지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랑하는 대상이 하나의 성이라고 전제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다”고 말했다. 홍인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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