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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L체크] 서울 중랑구 다둥이 부부 ‘민폐 이사’ 논란… 당사자 말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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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을 못 자요. 나는 그렇다 쳐도 애들은 뭔 죄입니까”
최근 논란이 된 서울 중랑구 다둥이 부부 ‘민폐 이사’ 논란의 당사자인 김모(47)씨는 2일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11남매의 아버지인 그는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소리 들을까 바르게 살아왔는데, 애들이 욕 먹을까 학교에도 못 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모씨가 살던 집주인 A씨 아들인 B모(32)씨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B모씨는 “김모씨가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한 다둥이 부부의 ‘민폐 이사’ 논란으로 시끄럽다. 논란은 지난달 25일 B모씨가 개인 블로그에 이사 정황을 전하면서 불거졌다. 김모씨 부부가 살던 집 내부 수리비만 1,000만원이 예상되는 데, 김모씨 부부가 비용 부담을 거부하면서 피해만 입게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B모씨는 문제의 집 내부 영상과 사진도 공개했다. 부서진 문과 폐 가구, 구멍 난 벽지. 한 눈에 봐도 엉망으로 보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7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SNS에서 갑론을박을 낳았다. 대부분 김모씨 가족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김모씨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가족 수가 많다 보니 내부가 조금 지저분해진 건 인정하지만 살던 집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났기 때문에 자신도 피해자다”고 주장했다.
속사정은 무엇일까. 김모씨 가족은 2013년초 A씨 가족과 전세(2년, 2015년 2년 재계약) 계약을 맺고 면목동 한 빌라의 59.5㎡(18평)짜리 반지하 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15년 한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에서 집 내부를 무료 수리해주겠다고 나선 것. 앞서 다른 TV프로그램을 통해 김씨 부부와 11남매의 어려운 상황이 알려지면서 돌아온 행운이었다.
방송사는 집 수리를 해주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김모씨 가족이 수리가 끝난 집에서 적어도 5~6년은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A모씨 가족에게 쓰게 한 것. 방송이 끝난 뒤 A모씨 가족이 김모씨 가족을 멋대로 쫓아낼 우려 때문이었다는 방송사 측의 설명이었다. 이에 A모씨 가족은 김모씨 가족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김모씨가 사실상 집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집 내부 수리 전 계약한 거주 기간은 4년이지만, 수리 과정에서 최소 5년의 주거기간을 보증한다고 A모씨 가족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모씨도, A모씨 가족도 이 계약서의 행방을 모른다는 데 있다. 김모씨는 “방송국에 전화해 계약서의 존재를 수소문했지만, 당시 제작진들이 전부 이직하거나 그만 둬서 ‘알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했다.
더구나 B모씨는 아예 “금시초문”이란 입장이다. 공사만 허락했을 뿐, 거주 기간 보증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건 금시초문 이란 주장이다. 정작 당시 서명 당사자였던 A모씨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김모씨는 이사 과정에서 자신의 도리는 다 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집주인 부탁에 물청소, 쓰레기 청소도 다 해줬다”며 “전세로 살던 중 (A모씨 가족이) 월세로 바꿔 달라고 해서 매달 쌀 1포대(20㎏)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A모씨 가족은 김모씨 가족이 집을 청소를 한 것도, 월세 개념으로 쌀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청소는 김모씨 가족이 집에 온갖 쓰레기를 버리고 간 통에 어쩔 수가 없었으며, 오히려 김씨 가족이 이사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모씨의 부인인 C모씨는 “(전세 재계약 당시) 돈이 없다고 사정해서 결국 쌀을 받기로 했는데, 어떤 때는 썩은 쌀을 가져왔다”며 “김씨 부부에게 ‘썩은 쌀을 줄 거면 돈을 달라’고 말하니 부부는 도리어 ‘그럼 이사를 갈 테니 리모델링 비용으로 3,000만 원을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B모씨는 김모씨를 상대로, 김씨는 B씨를 상대로 각각의 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모씨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B모씨도 “김모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사를 둘러싼 양측의 이사 공방의 진실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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