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부동산에 영향 제한적” 집값 오히려 더 뛸 수도

입력
2017.12.01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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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도 겹쳐

과거 금리 인상 초기에 껑충

서울 아파트 8·2대책 이후 최고 상승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금리 인상 시대의 시동을 걸었지만 당장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탓에 금리인상 속도가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추가 이자부담액보다 집값 상승분이 더 클 것이란 기대 심리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0일 “금리인상 우려가 이미 거래가격에 선반영된 만큼 큰 충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민준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미 몇 달 전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이야기가 예고됐던 데다 최근 집값 상승세도 가팔라 기준금리 상승분(0.25%포인트)이 매매거래 등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해도 집값이 더 빠르게 올라 상승 여력이 확실한 매물이라면 거래를 하는데 부담을 느낄 정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월 13억원에 매매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104㎡는 이달 들어 16억원에 팔려, 9개월 만에 3억원이 치솟았다. 이자가 연간 수백 만원 늘어난다 해도 여전히 이익인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도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라며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여전히 금리가 낮은 만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금리 인상기의 경험이 현재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과거 금리 인상기 초기엔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00년 이후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1차 2006~2008년ㆍ2차 2010~2012년) 초기 주택 매매가격이 뛰었다”며 “부동산 가격 불안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장안정화 대책과 부동산시장에 쏠린 유동성이 다른 부문으로 흘러들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미 지난달 “경기 여건이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정도로 성숙됐다”고 확실한 금리인상 신호를 보냈지만 집값 상승세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지만 상승세는 오히려 더 커지는 양상이다. 이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아파트가격(27일 기준)은 0.29% 올라, 8ㆍ2대책 이후 최고치였던 전주 상승률(0.18%ㆍ20일 기준)을 경신했다.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폭 역시 8ㆍ2대책 이후 최고치(0.28%ㆍ20일 기준)였던 전주의 기록을 이번 주(0.68%)에 또 다시 뛰어넘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연달아 인상될 경우 부동산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 허명 부천대 교수는 “입주물량 증가, 대출규제 강화 등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 빙하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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