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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오리농가 AI 확진… 올림픽 앞두고 ‘비상’

입력
2017.11.19 17: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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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상최대 피해 유형과 같아

20일 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

한 달 만에 청정국 지위 또 상실

전북 고창군의 한 육용 오리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되자 방역요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고창군의 한 육용 오리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되자 방역요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고창군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이번 겨울 들어 국내에서 AI가 발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철새의 대규모 이동이 시작되는 시점과 맞물려 대규모 확산사태의 재발이 우려된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고창군 흥덕면의 한 오리농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는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알려진 H5N6형으로, 1년 전 전국에 창궐해 사상 최대피해를 낸 것과 같은 유형이다. 해당 바이러스는 특히 닭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철새 분변 등 야생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있지만, 농가에서 사육되는 가금류에서 바이러스가 나온 것은 이번 겨울 들어 처음이다. 앞서 야생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모두 저병원성으로 확인됐다.

확진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인됨에 따라 정부는 AI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즉각 상향하고, 20일 0시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농장 및 가금류 도축장 등에 가금류, 관련자, 차량, 물품 등의 이동을 금지(스탠드 스틸)시키기로 했다. 이동금지 조치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당국은 또한 문제 농가의 오리 1만2,300마리를 전량 살처분했다. 또 해당 농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위를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에도 착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등의 필요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고,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조하여 확실한 방역태세를 갖춰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또 20일 오전 9시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문제의 농가는 유명 철새 도래지인 동림지와 인접한 곳이다. 동림지는 해마다 가창오리와 청둥오리 등 철새 20여만 마리가 겨울을 나는 곳인데, 이 지역에서 AI가 발생하면 철새 이동경로를 따라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 농장 반경 10㎞ 안에는 46만 마리의 가금류가 사육되고 있다.

또 지난 15일 군산시 나포면 금강 부근 십자들녘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 5점 중 2점에서도 이날 H5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 군산시는 십자들녘 인근 10㎞ 반경에 방역대를 설정하고, 가금 농가에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방역지역 내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해서도 임상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올해 7월 이후 4개월만에 다시 AI가 발생하면서 한국은 지난달 13일 어렵게 회복한 ‘청정국’ 지위를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잃게 됐다. AI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뒤 2014년부터는 매년 계절과 관계 없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AI로 인해 살처분된 가금류는 모두 7,146만마리에 달한다.

한편 중국에서 유행하는 AI 바이러스의 변종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인간 사이에도 감염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중국의 H7N9형 바이러스가 더 강력해지고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H7N9형 바이러스는 2013년 이후 1,600여명의 감염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 중 40%에 해당하는 6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바이러스는 이미 포유류(족제비과 동물인 페럿) 간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돼, 사람 간 전염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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